은행권 전체 횡령액 3743억 원의 80%에 달하는데
금감원, 5년간 지방은 6개사 중 3개사만 검사
최근 3000억 원에 달하는 횡령 사실이 확인된 BNK경남은행이 앞서 5년 간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지방금융지주 3사와 지방은행 6곳 중에서 정기검사를 실시한 곳은 JB금융과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4곳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방금융회사들이 그간 감독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3년까지 금감원이 정기검사를 진행한 지방금융지주는 JB금융지주뿐 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 중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제주은행 3사에 대한 검사만 이뤄졌다. 최근 10년으로 기간을 확대하면 2014년에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금감원 검사를 받았고 2015년에 경남은행이 정기검사를 받았다. BNK금융지주는 10년간 단 한 번도 정기검사를 받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 지방금융사들에서 최근 위법행위가 잇따랐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확인된 지방은행 횡령금액은 총 3005억4540만 원이다.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 횡령금액(3743억9400만 원)의 80.3%에 달하는 규모다. 은행별로는 경남은행에서 2988억4600만 원, 대구은행에서 2억600만 원, 부산은행에서 14억9340만 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확인됐다.
횡령금액의 대부분은 최근 경남은행의 횡령사고에서 발생했다. 이날 금감원은 7월 말부터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경남은행에서 은행투자금융부 직원 한 명이 총 2988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8월 금감원이 확인한 562억 원의 5.3배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달에는 대구은행에서 고객의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불법 추가 개설하는 위법 행위가 드러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지방금융지주사와 지방은행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위법행위가 적발된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을 대상으로는 금감원의 정기검사 주기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정기검사는 금융회사의 특성과 규모, 시장영향력 등을 감안해 2~5년 주기로 실시된다. 지방은행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과 마찬가지로 3.5~4.5년 주기로 정기 검사를 실시한다. 지주계열 시중은행들의 정기 검사 주기인 2.5년보다 길다.
오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은 최근 5년간 금감원의 정기검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금융감독원 측은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에 대해 정기적 성격의 검사를 실시해왔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정기검사 체계 도입 전에도 지방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해 경영실태평가 등 정기적 성격의 검사를 실시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영실태평가는 금융사의 경영진단을 위해 금감원이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평가를 의미한다. 최근 5년을 살펴보면 금감원은 2021년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했다. 10년으로 기간을 확대하면 경남은행은 2015년과 2018년, 대구은행은 2014년과 2016년 각각 두 차례 추가로 경영실태평가를 받았다. BNK금융지주는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검사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개별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제도 강화와 사후 처벌 강도를 높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의 인력으로 모든 금융사의 횡령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감원은 국민 경제에 영향을 많이 주는 대형사를 중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인력을 늘려서 최대한 많은 금융사를 검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전적으로 (금감원이) 모든 금융사고를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사후적 처벌의 수위를 높여 횡령으로 얻는 이득보다 횡령 적발로 인한 불이익이 더 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