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전 사장도 해상 풍력 필요성 강조
업계 “LNG선 외 또 다른 미래 먹거리 필요”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WTIV)의 수요가 향후 지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개발되는데, 이를 위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딜 것으로 전망된 탓이다.
WTIV는 선박 위에 크레인을 결합해 각종 구조물을 싣고 해상에서 해상풍력 터빈을 운반 및 설치 역할을 수행하는 선박이다.
이달 초 노르웨이선급(DNV)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5000개 이상의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개발될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는 단지 개발을 위한 WTIV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DNV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특히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호주 등 여러 국가가 해상 풍력 발전 단지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조선소가 이와 관련한 WTIV를 충분히 건조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해상 풍력 발전에 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신임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0일 진행된 취임식에서 신재생 사업을 강조하며 해상 풍력 발전도 함께 제시했다.
김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한전이 적극 주도해 글로벌 경쟁력을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WTIV, 배후항만, 공동접속설비 등 단지 개발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도 WTIV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16척 발주된 WTIV가 올해엔 23척 발주돼 약 44% 증가할 전망이다.
조선 업계에서는 WTIV라는 또 다른 고부가, 친환경 선박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고부가선 위주로 수주를 받는 전략을 취하며, 전체 수주 선박에서 LNG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면서 “WTIV선은 그러한 비중을 줄이면서도 또 다른 고부가, 친환경 선박으로 조선사들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지만, 중국 조선사들이 계속해서 따라오고 있다는 위험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일찍부터 LNG선 외의 또 다른 고부가선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WTIV 시장이 지속 성장한다면, 국내 조선사 중에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가장 먼저 관련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이던 2021년 글로벌 선사 ‘에네티’와 WTIV 4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바 있고, 현재까지 2척을 수주했다. 그 외에도 2009년에 독일의 전기·가스 업체 ‘알베에이’에게 WTIV 2척을 수주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총 3척의 WTIV를 수주했다. 2015년 이후 관련 수주는 없었지만, 독자적인 WTIV 모델을 개발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모델은 LNG, 연료전지 등 친환경 기술을 접목해 기존 디젤 엔진 모델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50% 줄인 것이 특징이다. 세계 3대 선급인 DNV, 미국 ABS, 영국 LR으로부터 ‘저탄소 배출 WTIV 개념 설계에 대한 기본 인증’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WTIV 수주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이 보이면 국내 조선사들이 관련 분야 투자를 늘리고 적극 뛰어들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