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유족들에게 제공해야…장례서비스 강조
"장례학을 공교육으로 확장해야 건전한 장례문화 확산"
이 교수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샌안토니오(San Antonio) 대학에서 장례학을 전공하고, 미국 장례지도사 및 시신위생처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1999~2000년에는 장례 분야를 전문화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사회적으로 초동 단계였고,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미국이어서 유학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유학 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학생으로 1년을 보냈다. 학생 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대통령, 대기업 회장, 연예인 등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는 그때의 경험을 “무섭지만 신기하고 흥미로웠다”고 떠올렸다.
이제는 장례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만들어 유족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달리 표현하면 장례 기획이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내 방식대로 장례를 치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다. 고인이 예술가였다면 작업 공간에 고인의 작품을 전시해놓고 마치 전시회처럼 장례식을 하는 식”이라며 “앞으로는 그런 종류의 장례식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미국의 장례 문화는 차이가 크다. 장례식을 할 때 한국은 고인을 영안실에 모신다. 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80~90% 장례 장소에 고인을 모셔놓고 치른다. 이 때문에 고인의 얼굴이 편안한 모습으로 연출돼야 한다. 그래야 조문객들도 거부감이 없이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과정들을 거친다. 예를 들어 시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동정맥을 들어 올려 피를 한쪽으로 빼고 다른 한쪽으로는 방부액을 넣는 ‘엠바밍(Embalming)’과정을 밟는다”며 “사고사 등으로 시신이 많이 훼손됐다면 해당 부분을 인조적으로 다시 만들기도 하는데 그렇게 반(半)미라 상태를 만들어 놓으면 조문객들이 와서 손도 잡고 뽀뽀도 한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종 전후로 유족을 케어(care)하는 것도 장례지도사의 몫이다. 노인이 실질적으로 임종을 맞았을 때 변화를 살피는 것부터 장례 절차가 끝나고 유족들을 보살피는 사후 관리(after care)까지 포괄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게 발달해 있지 않지만, 해외는 유족의 심리를 케어하는 서비스들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끝에 이 교수는 장례학을 공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죽음은 나이에 상관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해 볼 기회를 중고등학교 때부터 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는 타나톨로지(Thanatology)라고 해서 일종의 죽음학을 필수 교양 과목으로 많이 가르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오히려 삶을 더 의미 있고 풍요롭게 살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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