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계약법에 따르면 해당 요건 없이도 처벌 가능해”
입찰 과정에서 경쟁이 없었더라도 담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으로 처벌받으려면 '경쟁제한성' 요건이 필요한데,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해당 요건 없이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제한성이란 한 사업자의 행위가 다른 사업자의 영업이나 경쟁 행위를 방해함으로써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 즉 부당한 행위로 인해 경쟁이 감소하게 된 경우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말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A 주식회사가 조달청을 상대로 제기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 A 회사는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2019년 6월 피고인 조달청의 의무장비 구매 입찰에 참여했다. 조달청은 국방부 수요로 관련 입찰을 공고했다.
해당 입찰에는 원고와 B 주식회사 등 단 2개 업체만 참가했다. 국방부는 원고와 B 회사가 실질적으로 같은 제안서를 제출했음을 확인, 조달청에 제안서가 부적격하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입찰은 유찰됐다.
조달청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원고와 B 회사 간 입찰 담합 혐의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원고와 B 사가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합의해 결정했다"며 원고에게 '경고' 조처를 내렸다.
아울러 조달청은 "원고가 입찰자 간 서로 논의해 미리 입찰가격을 협정했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했다"며 3개월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이에 원고는 "원고와 B 회사 이외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바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경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상(구 법 제19조 제1항) 입찰 담합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입찰당사자 간에 합의한 것 외에도 합의로 인해 해당 입찰의 경쟁이 제한돼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 사건 입찰에는 두 업체만 참여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경쟁이 제한되지 않았으므로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옛 공정거래법과 국가계약법 목적과 각 제재의 주체가 서로 다르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은 경쟁제한성 요건이 필요한 게 맞지만 국가계약법은 해당 요건 없이도 입찰담합을 처벌할 수 있다. 즉 담합을 했으면 경쟁제한성 요건 유무를 떠나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해당 입찰에 관해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2호의 '경쟁입찰에서 입찰자 간에 상의해 특정인의 낙찰을 위해 담합한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