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학부모 및 학생들은 “의대 입학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진짜 최상위권만 의대에 가야 한다”거나 “이공계 인재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등 우려를 나타냈다.
16일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앞에서 만난 중2 학부모 김지현(45·가명) 씨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움직임에 대해 “원래도 자녀를 의대에 보내고 싶었어서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이 동네 엄마들도 다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의료헬스케어 분야 비전 자체도 밝다고 생각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를 환영한다면서도 학생들이 특정 과에만 쏠리지 않도록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만난 또다른 40대 학부모 김모 씨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 자체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지금 의사들이 기피하는 소아청소년과 등과 다른 과들의 처우가 똑같은 것부터 손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똑같은 페이를 받는다면 나라도 덜 힘든 과로 (자녀를) 보내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직업적 특수성을 생각해 입시 컷이 낮아지면 안된다는 의견과 이공계 인재들도 쏠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40대 학부모 이모 씨는 “의대 같은 전문직을 키우는 곳은 정말 공부를 잘하는 상위권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원이 늘어나면 정말 최상위권이 아니어도 (의대 입학이) 가능해질텐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려면 진짜 똑똑한 학생들만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치동 소재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송이수(16) 양은 “입시생 입장에선 좋겠지만 국가적으로 의대보다 공대 쪽에 인재가 필요한 상황 같아서 (의대 정원 확대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양은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면 나도 의대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는 높은 수익과 사회적 입지 등 때문에 직업 선호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되면서 의대 입시는 점점 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입시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을 현재의 3분의 1 가량인 1000명 늘릴 경우 ‘의대 쏠림’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대학생들의 이동이 늘어나 대학들도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지방권 대학의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입학 정원을 500명이든 1000명이든 늘리게 되면 특히 이공계 학생들의 반수 유혹이 커질텐데 최상위권 몇몇만 이동하는 게 아니라 연쇄적으로 대학생들의 반수나 편입 등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진학으로 생긴 공백을 상위권과 중위권, 그리고 하위권 학생들이 연쇄적으로 이동해 채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임 대표는 이어 “대학 입장에서도 반수 등으로 생긴 결원을 충원해야 하니 편입학 선발 등에 대한 부담도 커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학생 충원이 여의치 않은 지방권 대학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의대 정원 증원이 결정되면 '의대 쏠림' 등 부작용 대책도 함께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했을 때 지금도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몰리고 있는데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하면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안배할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대 쏠림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도 같이 검토해서 발표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