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짜리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전날 문틈에 손이 끼여 뼈에 금이 가고 손가락이 찢어져 꿰맸단다. 그런데 아이가 붕대를 잡아 뺐다며 다시 해달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바로 외과로 가라 했겠지만, 이미 1시간 이상을 기다린 데다, 단골환자라 어쩔 수 없었다. 거즈붕대와 손가락을 고정하는 스프린터가 상처에 달라붙어 덜렁거린다.
그냥 잡아떼면 안 되고 과산화수소수로 녹여야 한다. 거즈 위에 과산화수소를 붓고 좀 기다리다가 다시 붓고를 반복하며 거즈붕대를 천천히 상처에서 분리했다. 소독 후 연고를 바르고 거즈로 상처를 감싼 다음 스프린터를 대고 거즈붕대로 감아 고정시켰다. 그런 후 잡아 빼지 못하도록 탄력붕대로 손 전체를 감아줬다. 그 동안 아이가 가만히 있었을까. 천만에.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간호사 두 명이 달라붙어야 했다. 시간은 가고, 진료는 올 스톱, 대기 환자는 더욱 늘어나고. 근 20여분 만에 치료가 끝났다.
다시 환자 진료를 하는데 혼잡이 극에 달한 대기실이 눈에 들어와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 진료비는 감기 환자보다 7000원 비싸지만 감기환자 7명을 볼 시간을 썼기에 오히려 손해인 셈이었다. 그리고 그때 절실하게 깨달은 게 있다. “아, 이래서 외과 의사들이 수술을 안 하는구나.”
외과는 물론이고,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의 의료 수가가 낮다는 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따져 본 건 처음이다. 의사로서 그러니까 직접 당사자인 내가 이럴진대, 정책 당국자나 일반 국민이야 오죽할까 싶다. 필수의료는 이대로 두면 안 됨을 수치상으로 알게 된 날이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