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대통령 거부권을” 경제계 절규 들어야

입력 2023-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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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제단체가 어제 ‘노란봉투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6개 단체는 “야당이 정략적 판단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개악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규탄한다”며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길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산업 현장을 1년 내내 노사 분규로 덮을 위험성이 너무 크다. 6개 단체는 “개정 노조법은 우리 기업과 경제를 무너뜨리는 악법으로, 가장 큰 피해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법이 사업장 점거 등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유일한 응징 수단인 손해배상청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6개 단체의 날 선 대응은 결코 과민반응이라고 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9일 이 법을 일방적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입법독재 작태였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는 것이 정치적 이득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대 노조 환심을 사자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세포 발상이다. 5000만 국민이 뻔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지 묻게 된다. 개정법이 국가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파괴적인 영향을 눈 밝은 전국의 유권자들은 손바닥의 손금처럼 환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개정법은 법제도, 국민도 무서워하지 않는 ‘근육질’ 노조의 불법행위에 미리 면죄부를 뿌려주는 것과 같다. 고용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노조 등 상대 손배소 실태 조사결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09~2021년 노조를 상대로 청구된 손배소는 151건(소송액 2752억 원)이다. 소송 상대가 확인되지 않은 2건을 제외하고 한국노총이 7건, 민노총이 압도적으로 많은 142건이었다. 개정법이 발효되면 이제 기업들은 민노총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된다. 특히 민노총은 무소불위의 ‘파업 권력’을 휘두를 공산이 크다.

양대 노총은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노란봉투법 공포를 촉구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가 폭주할 길을 열어달라는 위력과시였다. 거야는 지금 대체 무슨 길을 닦고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노란봉투법의 원시적 모델로 간주되는 노동쟁의법을 1906년 제정했던 영국이 어찌 ‘영국병’을 겪었는지, 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1979년 영국 총리로 부임한 뒤 왜 노조 권력 무력화에 힘을 쏟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우리 노동생산성은 바닥을 기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12∼2021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 손실일수는 38.8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 수준이다. 미국(8.6), 독일(8.5)의 4배 이상이다. 원조 노란봉투법으로 수십 년 낭패를 겪은 영국(13.0)보다도 3배 길다. 나라 망하기를 원한다면 또 모를까, 타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을 수는 없다. 노란봉투법은 폐기돼야 한다. 대통령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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