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밥솥 제조 양강으로 불리는 쿠쿠와 쿠첸의 올해 3분기 기준 밥솥 매출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쿠는 제품 다각화에, 쿠첸은 최근 가동한 스타 마케팅과 기존 프리미엄 제품을 전략적으로 앞세우는 데에 집중하며 소비 한파와 소비패턴 변화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쿠홀딩스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565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5605억 원) 대비 0.71% 소폭 감소했다.
쿠쿠의 매출 감소는 대표 제품인 밥솥 판매 부진의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쿠쿠 밥솥 매출은 4555억 원에서 4370억 원으로 줄었다. IH 압력밥솥이 3018억 원 → 2909억 원, 열판 압력밥솥이 1017억 원→965억 원, 전기 보온밥솥이 520억 원→496억 원으로 일제히 줄었다. 쿠쿠홀딩스 전체 매출 중 80% 안팎을 차지하는 밥솥 매출이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줄면서 전체 누적 매출 규모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부진은 경쟁 업체인 쿠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쿠첸의 모기업 부방의 실적 중 올해 3분기 가전사업 누적 매출은 1094억 원으로 전년 동기(1284억 원) 대비 14.86% 감소했다.
특히 쿠첸은 올해 내수 판매 증진과 함께 해외시장에서 보폭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해외사업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방의 가전사업 수출 매출은 작년 3분기 누적 89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7억 원으로 감소해 사실상 해외에서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 부진 등으로 국내 실물 경기 역시 좋지 않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0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 이후 6년여 만에 중국 단체 관광이 재개됐지만, 유커들이 눈에 띄는 소비력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밥솥의 경우 소형가전으로 소비에 대한 부담이 적지만 제품을 갈아타기까지 주기가 길고, 지속적인 쌀 소비 감소와 같은 소비 패턴의 변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쿠쿠는 이같은 소비패턴의 변화를 방어하기 위해 제품을 다각화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쿠쿠는 올해 밥솥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습기, 블렌더, 음식물처리기, 식기세척기, 에어프라이어, 인덕션, 믹서기 등 주방에서 사용할 만한 소형가전을 공격적으로 내놨다. 쿠쿠홀딩스의 올해 매출 감소 폭이 1%를 밑돈 것은 이같은 공격적인 다각화 때문으로 보인다.
쿠첸은 밥솥에 전념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경영 전략을 지속해서 펼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으로 적자 폭을 줄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선 쌀 소비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같은 전략이 실적 악화를 방어하는 데에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쿠첸은 주력 신제품인 '브레인'과 김연아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쿠첸 관계자는 "브레인 밥솥을 비롯해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들의 판매 호조세를 이끌어 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기술 및 원가 혁신을 지속해서 추진해 차별화된 신제품을 선보이고, 신기술 투자와 품질 관리 향상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