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영진(47) 씨는 채소코너 가격표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김 씨는 “한 번 장 볼 때 보통 15만 원 정도 예산을 잡고 오는데, 예전 가격으로 생각하고 어림잡아 사다 보면 예산보다 몇만 원이 더 나오는 건 흔한 일”이라고 했다. 김 씨는 예산을 맞추기 위해 최근 들어 휴대폰 계산기를 사용해 장을 보기 시작했다.
이날 만난 소비자들은 모두 최근 가파르게 오른 장바구니 물가에 한숨이 깊었다. 과일, 채솟값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라 장보기가 무섭다고 입을 모았다.
과일 코너에선 한 소비자가 예년보다 훌쩍 가격이 뛴 딸기 한 팩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한 팩에 9000원 대(500g)짜리 딸기도 있었지만 바로 옆 같은 중량의 딸기가 1만3920원, 750g짜리는 1만9840원으로 2만 원 가까이 했다.
이마저도 농림축산식품부의 ‘할인 지원 혜택’을 적용한 것으로, 기존가는 각각 1만7400원(500g), 2만4800원(750g)에 달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딸기 100g 소매가격은 13일 기준 2405원으로 평년 대비 24.6% 뛰었다.
이성은(37) 씨는 “딸아이가 딸기를 좋아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면서 “그나마 저렴한 건 한 팩에 9000원대지만, 이마저도 작년보다 상당히 오른 가격”이라고 했다. 이 씨는 “다른 딸기 제품은 한 팩에 1만4000원~2만 원에 달해 구매할 엄두가 안난다”며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채소 코너에선 백오이(3개 입), 가지(5개 입)는 각각 3980원, 5480원으로 개당 가격이 1000원이 넘었다. 최현진(42) 씨는 “오이도 개당 1000원이 넘어 포기했는데, 자주 먹는 계란은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데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만 줄여 파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으로 인해, 유제품을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도 있었다. 김가영(37) 씨는 “최근에 몇 식품회사들이 제품 양을 줄여 속여 판다는 소식을 듣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같아 괘씸했다”면서 “이후 물건을 살 때 용량 대비 가격을 꼼꼼히 더 따지게 됐다”고 했다.
인근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대형마트보다 일부 제품은 조금 더 저렴했다. 500g 딸기는 8800원~1만2800원에 팔고 있어 대형마트보다 1000원가량 저렴했다. 오이 역시 3780원으로 200원 저렴했다.
박영애(70) 씨는 “이곳 가격은 대형마트 대비 조금 더 저렴하고 집과 가까워 장 보러 왔다”며 “가장 저렴한 동네할인마트도 있지만, 사실 어디나 고물가 상황은 비슷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동네 식자재마트도 대형마트와 SSM에 비해 큰 가격 차이는 없었다. 딸기는 9900원(500g), 특란 한 판에 7980원 백오이(2개 입)는 2500원에 팔고 있었다.
식자재마트 관계자는 “딸기는 예년에 500g 기준 5000원 선에 팔았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2배가량 비싼 셈”이라면서 “물가 자체가 워낙 오르다 보니 전보다 할인율도 많이 높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