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책 금리를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한은이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금리 추이는 인플레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모습을 띠며 추세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글로벌 경기에 대한 견해를 수정하는 등 경기가 점차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는 기대를 높이는 모습이고 IMF 총재와 세계은행 총재 등 경제기구 수장들도 인플레 우려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인플레 우려에 각국 중앙은행의 조기 금리인상설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의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여부가 이번 6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경기반등 조짐이 점차 꿈틀대는 상황 속에서 금융시장 역시 이전보다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6월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인플레에 대한 고려 강도가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은은 저금리 기조를 마감하더라도 지속적인 선순환을 유지할 만큼 한국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부양에만 더이상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신용 경색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양만 이뤄지면 몸에 나쁜 당도(糖度)만 높아진다'는 세계은행 총재의 발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그동안 시중 유동성 과포화 우려에 따른 부작용 예방 차원에서 이미 통안증권 발행 규모를 늘리는 등 시중자금 흡수에 나선 한은이 아니던가?
정책 당국의 시장 진단이 통상적으로 시장 참여자들보다 더디게 형성된다는 점과 내놓는 '워딩' 또한 중립적이고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인플레 우려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입과 금리 인하에 따른 과잉 유동성의 후유증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카드를 재차 만지작거리는 선진국과 우리는 분명 다르지만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 차원에서라도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정책 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과정에서 물가보다 경기로 관심을 이동시켰던 한은이 이번 인플레 이슈로 '물가 안정'이라는 제1의 목표를 돌아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은이 인플레 우려로 촉발된 물가 불안 우려에 대한 주요 경제기구 수장들의 인식과 발을 맞출 것인지, 오는 6월 금통위 발표문과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