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이 연일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외지인의 투자 수요도 얼어붙은 모양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연일 사들이던 지방 투자자의 상경 투자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도 저조하고, 서울 투자자의 지방 아파트 매수세 역시 발길이 끊겼다. 하지만 대전과 충남, 부산 등 일부 지역은 되려 서울 투자자 비중이 늘어 집값 상승 전환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 통계 분석 결과 서울의 1월 외지인(지방 투자자) 투자 비중은 17.4%로 나타났다. 지방 투자자는 1월 5995건 거래 중 1046건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외지인 비중 20.2%를 기록한 뒤 지난해 12월(17.1%)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 집값 내림세가 이어지자 지방 투자자들이 투자 기대감을 거둔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월 외지인 투자 비중은 22.2%로 올해 1월 비중은 일 년 만에 4.8%포인트(p) 쪼그라든 셈이다. 이 비중은 지난해 5월 최고 28.6%까지 치솟았는데 당시 서울의 부동산원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2021년 12월 0.25% 상승 이후 29개월 만에 0.01% 상승 전환한 시점과 일치한다.
다만 서울 내 지역별로는 지방 투자자의 선호도는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는 지난해 1월보다 올해 1월 지방 투자자 비중이 늘어난 곳이 많았다. 강남구는 지난해 1월 외지인 비중이 약 14.8%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에는 20.2%로 나타났다. 서초구 역시 같은 기간 20.0%에서 24.3%로 상승했다. 강동구 역시 9.3%에서 19.1%로 급증했다.
다만 송파구는 26.2%에서 일 년 만에 12.4%로 감소했다. 강북지역 내 핵심지로 꼽히는 마포구 역시 지난해 1월 46.2%에서 올해 1월 21.8%로 급감하는 등 지역별 온도 차이가 뚜렷했다.
아울러 지방 투자자의 상경 투자 감소와 함께 서울 투자자의 지방 아파트 매수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의 서울 투자자 비중 전수조사 결과, 지난해 1월과 비교해 서울 투자자 비중이 늘어난 곳은 광역시 중에선 부산과 대전, 도 단위에선 충남 한 곳뿐이었다.
지방의 서울 투자자 비중은, 부산은 지난해 1월 0.9%에서 올해 1월 1.7%로 늘었다. 또 대전은 이 기간 1.0%에서 2.1%로 상승했고, 충남은 2.1%에서 3.0%로 모두 1% 안팎 수준에서 증가했다.
특히 대전과 충남은 신축 단지의 공급량이 부족하고, 일자리 등은 꾸준히 공급돼 주택 수요가 평균 이상을 기록한 지역이다. 프롭테크 업체 ‘아실’ 분석에 따르면, 대전의 평균 아파트 수요는 매년 7207가구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난해 대전 내 공급량은 3430가구로 평균 수요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상경 투자는 서울 집값이 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늘어날 때 함께 증가한다”며 “서울 주택가격의 추가 상승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생각한 지방 투자자들이 투자를 미루는 형국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이어서 “서울 부동산에 대한 지방 투자자 유입은 집값 상승 기대감을 회복한 뒤 시작될 수 있으므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외지인 투자 회복이 쉽지 않다”며 “충청권은 지난해 집값 하락기에도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던 지역이고, 꾸준한 수요가 이어져 서울 투자 수요가 평균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