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크게 웃돈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1.3%에서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0%포인트(p)를 기록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0%p'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1.3% 성장 달성에 정부가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지만, 작년 1분기 마이너스의 성장 기여도를 기록한 것과는 달리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재정 조기 집행 추진으로 힘을 보태서다.
다만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하반기에 비해 더 높은 '상고하저(上高下低)'의 경제흐름이 전망되고 있어 상반기 조기 집행이 하반기 경기 진작을 위한 정부 재정 역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 1.3%(속보치) 중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0.0%p를 기록했다. 정부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0.1%p를 기록했지만 정부 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0.1%p 기록한 탓이다.
반면 민간 성장 기여도는 1.3%p 였다. 이중 민간소비와 민간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4%p, 0.6%p를 기록했다. 민간부문이 1분기 전체 성장률을 끌어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재정에 의존한 성장이 아닌 '민간 주도 성장'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재정 조기 집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비해선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저조한 모양새다. 재정 조기 집행 제도는 효율적인 국가재정운용 및 선제적인 경기변동 대응을 목적으로 2002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예산배정계획 범위 내에서 상반기의 재정집행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민생경제 회복 등을 위해 연간 계획된 재정(중앙재정‧지방재정‧지방교육재정) 561조8000억 원 중 351조1000억 원을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역대 최대 재정 조기 집행 규모이며 중앙재정의 상반기 집행률(65%)의 경우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재정 집행은 전년동기대비 47조4000억 원 늘어난 213조5000억 원을 달성했다. 상반기 목표(351조1000억 원) 대비 1분기 집행률이 60.8%에 달한 것이다.
기재부는 막대한 재정 조기 집행에도 정부 성장 기여도가 낮지만 나름 선방한 결과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1분기의 경우 재정집행 준비 등으로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며 "작년 하반기 정부 기여도가 높았던 기저효과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1분기 기준 정부 기여도는 2022년 -0.5%p, 2023년 -0.3%p로 2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했었다. 작년 3ㆍ4분기 정부 기여도는 각각 0.3%p, 0.4%p로 올해 1분기보다 높았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정부가 상반기에만 351조1000억 원의 재정 조기 집행 달성 시 하반기에 투입될 재정이 210조7000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올해 경제흐름이 상반기에 좋아지고, 하반기엔 부진한 흐름이 나타나는 상고하저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이 상반기보다 더 요구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고하저의 경기흐름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재정 조기집행 목표를 65.0%(중앙재정 기준)로 설정했다"며 "관행적으로 조기집행 목표를 상반기에 상향해 설정하기보단 정확한 상ㆍ하반기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경제상황을 고려해 조기집행 여부 및 목표를 결정하는 등 제도를 제한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저하고의 경기흐름이 예상되는 경우 하반기엔 경제위기 등 부정적 경제 상황 대응할 수 있는 선행적 재정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