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약화된 매수 강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전환이라는 분석과 함께 단순한 속도 조절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급등세를 보이던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 장세를 보인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의 매수세가 시장 버팀목으로 작용해 왔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5월 이후 36거래일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6조7566억원 순매수했다. 거래일수로는 27일에 달한다. 반면 매도 우위를 기록한 날은 9거래일, 매도금액은 9558억원 정도였다.
문제는 지난 15일 이후 외국인의 포지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23일까지 7거래일간 6352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매수우위를 기록한 2거래일 동안의 매수금액은 459억원에 불과하다.
향후 포지션 변화를 전망하기는 이르지만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매도우위를 보인다면 자칫 수급 공백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멘텀 부재와 가격부담을 꼽는다. 경제가 회복 되고 있다는 신호는 있지만 시장의 강한 반등세를 이끌 명분은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는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워지고 있다" 며 "경기회복의 연속성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추가적인 재료가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가격부담 역시 외국인 적극적인 매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전세계 증시의 평균 PER은 현재 14.9배인 반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는 18.2배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증시가 전세계 평균보다 20% 이상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격 부담이 외국인 매수세의 속도 조절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향후 외국인의 투자 포지션 전망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셀 코리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시장의 우려감을 키우고 있지만 시각 변화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원은 또 "한국증시에 대한 높아진 매력도를 감안할 때 외국인의 매수세의 연속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전략에 있어서는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IT, 자동차 업종에 대한 관심을 가져볼 것"을 조언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매매 패턴은 시장의 불안감 속에 박스권 내에서 차익실현을 해나가는 과정"이라며 "하지만 최근 매수규모 대비 매도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장기화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또 "실적 발표시즌이 지나면서 실적 호전 종목들을 위주로 매수세가 몰릴 전망"이라며 "외국인 매수는 방어가 쉬운 대형주 위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푸르덴셜투자증권 이영원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시장에 단기적으로 투자 강도를 높인 것은 환율로 인한 차익과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였다"며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가 사라지고 전세계적으로 성장 모멘템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국인의 매수강도는 약화된 것"이라며 "환율이나 경기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상승한 것인데 그것을 받쳐주는 모멘템이 약화된만큼 향후 흐름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