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전략은 상대가 나보다 우세할 때 사용한다. 마오쩌둥 시대의 상대는 국민당이었다. 마오의 공산당은 국민당 군대에 위장 잠입하여 말단 병사를 포섭하고, 국민당과는 친해질 수 없었던 농민을 우군으로 삼아 불가능해 보였던 국공내전에서 승리했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상대는 미국이며, 미국 옆에는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대만 등이 파트너로 참여해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제3세계로 불렸던 글로벌 사우스가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미·중 전략경쟁에 임하는 중국의 전략은 미국과 동맹국의 사이를 벌리고, 글로벌 사우스를 제 편으로 삼는 것이다.
현재의 중국이 게릴라 전략을 쓰는 힘의 원천은 제조업 생산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조업에서는 중국이 앞선다.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의 31%를 차지하는데 미국은 절반 정도인 16%에 불과하다(2022년 기준). 시진핑은 제조업을 자국 경제의 생명줄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전 세계 140개 국가와 교역하고 있는데, 이 중 120개 국가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한다. 중국은 과잉 생산된 제품을 세계 각지로 싼값에 공급하고, 이들 국가의 중국 의존도는 심화된다. 독일 연구기관인 메릭스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국가들이 갈수록 증가한다고 분석했다(6월 18일자 보고서).
중국을 둘러싼 경제·안보 상황을 16자 전법과 연결해 보자. 첫째, 제조업에서 상호의존성이 깊어지면 중국은 상대 국가에 대한 정치, 경제적 압력을 확대한다. ‘적이 피로하면 공격한다’가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에서 미국과 회원국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들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된다면 이러한 갈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적이 멈추면 교란’할 기회가 생기는 법이다.
셋째, 기존의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역할이 과거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은 일대일로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적 조직을 새롭게 조직하여 글로벌 사우스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적이 후퇴하면 추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기에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적이 공격하면 후퇴’하라고 선대 영도자가 가르쳤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제조업 대국인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강국과 대국 사이에 긴장 관계가 유지되어야 상대의 게릴라 전략에 이용당하지 않는다. 공급망 안정화에 사회적 관심을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