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아달라고 외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명차중의 명차'는 벤츠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성 있어서나 기술력에 있어서 만큼, 벤츠는 독보적인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하늘과 땅과 바다를 상징하는 삼각별의 엠블럼은 일반 자동차 로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 벤츠의 조용한 변화, '도시적 여성성'
하지만, 최근 벤츠는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서울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GLK'에서도 감지됐었지만, 벤츠는 기존 권위적이며 남성적인 이미지에서 도시적이면서도 젊은 여성적인 모습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벤츠의 '조용한 혁명'을 지난 2월 출시한 SUV차량인 'ML 280 CDI 4MATIC'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 차는 지난 1997년 벤츠가 자사 최초의 SUV차량을 내놓은 이후, 2005년 2세대를 출시하고 지난 2월 '뉴 제너레이션'이름으로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된 모델이다.
2세대 때만 하더라도 벤츠는 SUV차량 본연의 오프로드 기능에 충실했다. 하지만, '뉴 제너레이션'이란 이름을 앞에 붙이면서 'ML 280 CDI'는 도시적이면서도 여성성이 강조된, 즉 온로드와 오프로드에도 동시에 적합한 '혼종'의 SUV 차량으로 탈바꿈 했다.
◆ 'ML 280 CDI', 온·오프로드 동시만족 '혼종의 SUV'
따라서 이 차의 외관은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성을 추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 중간에 크게 자리 잡은 삼각별의 엠블럼은 정통성과 혁신성을 이어가려는 벤츠의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도시적 이미지를 강조해서인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 등이 좀 더 날카로워졌고 다이내믹해졌다. 하지만, 벤츠의 DNA는 그대로 간직해서인지, 디자인이 확연히 달라졌다거나 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내부 역시 천연 가죽 등 고급 마감재로 처리한 것이 '벤츠답다'는 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차량 내부에 장착된 첨단 기능들은 젊은 세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특히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전화가 통합된 멀티미디어 시스템인 커맨드(COMAND)등의 각종 멀티 기능은 분명, 젊어지려는 벤츠의 한 단면이었다.
벤츠의 진면목은 역시 운전대를 잡았을 때 빛을 발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어보니, 절제된 듯한 디젤엔진 특유의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한 차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다소 거칠게 들릴 수 있는 소리지만, 그래도 SUV는 역시 SUV다워야 제 맛이라는 것을 'ML 280 CDI'는 말해주고 있었다.
'ML 280 CDI'를 타고 서울에서부터 강원도 태백까지 내리 달렸다. 달리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급커브길 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다른 SUV차량을 몰아봤을 때 뒷좌석에 놔둔 소지품들이 급커브 길에서 심하게 흔들렸는데, 신기하게도 이 차는 그런 게 없었다. '벤츠답다'는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회사 측은 이는 벤츠의 상시 4륜구동 방식인 4 MATIC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평상시 40대60의 비율로 전륜과 후륜에 구동력을 전달해주다가 주행 상황에 따라 배분을 달리하며 주행 안정을 도와준다.
또한 서울과 태백 왕복 10시간을 달리는 동안 연비가 리터당 9.3km라는 것이 얼마나 좋다는 것을 실감했다.
처음 출발할 때는 기름을 추가로 더 넣을 각오를 하고 달렸지만, 서울 도착해서도 보니, 연료탱크 눈금이 3분의 2정도 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벤츠의 차세대 디젤엔진인 CDI 엔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성은 좀 느렸고, 190마력의 최고출력은 다소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내비게이션이 터치 방식이 아닌 리모컨으로 작동해야 된다는 점, 그리고 화면 이미지가 일차원적이어서 옥의 티로 느껴졌다.
한편, 위험 상황을 미리 감지해 안전벨트를 당겨주고, 선루프를 닫아주는 등의 '프리 세이프 기능', 차량 충돌시 운전자와 탑승자의 목부상을 보호해주는 '넥프로 헤드레스트' 기능, 내리막길을 안전하게 보조해주는 '다운 힐 스피드 레귤레이션' 기능 등 안전성 있어서만큼은 벤츠는 역시 최고라는 느낌을 받았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79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