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트랙 전략으로 '서드파티' 극복
현지화된 웹툰 제공 위해 회의 집중
글로벌 조회수 2억 1473만회를 기록한 세 개의 로판(로맨스 판타지) 웹툰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눌리타스’, ‘야수의 성’을 제작한 곳이 있다. 바로 '로판 맛집' NHN의 코미코 웹툰 제작 스튜디오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모두 NHN의 자체 플랫폼 ‘코미코’와 ‘포켓코믹스’를 통해서만 유통된 건 아니다. 웹툰 제작과 유통 두 가지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NHN은 각 작품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선택해 공급하기 때문이다. 웹툰 플랫폼으로 시작했던 NHN 코미코가 제작까지 영역을 넓힌 것처럼, 이제는 로판 맛집을 넘어 새로운 장르로 도전을 시작한다.
본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NHN플레이뮤지엄에서 NHN 코미코의 웹툰 제작 사업을 주도하는 김자현 NHN 코미코 콘텐츠제작실장을 만났다.
김자현 실장은 “처음 웹툰 제작을 시작할 때 '다른 곳에서 작품을 찾아다니기 보다, 우리만의 킬러콘텐츠를 만들자'라는 목표로 출발했다”며 “이제 3년 된 시점에서 독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쌓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3~2004년 경 웹툰에 뛰어들었던 타 플랫폼과 달리 2014년에 사업을 시작한 NHN은 서드파티(제3자)로서 가질 수 있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택했다.
김 실장은 “웹툰 시장이 오래돼 이미 탑티어 플랫폼이 존재하는 국내에서는 저희가 만든 웹툰을 가장 잘 맞는 플랫폼에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아직 웹툰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따라 잡을 수 있겠다고 본 해외에서는 웹툰 플랫폼 사업자로서 활동을 하기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각각 가장 적합한 플랫폼에 유통하기 위해 NHN 코미코가 집중하는 건 제작 팀과 플랫폼 팀 간의 회의다. 제작과 유통에 있어서 담당자들의 시각에만 함몰되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을 추구하자는 의도다.
그는 “NHN 코미코 내부에는 제작 조직과 플랫폼 운영 조직이 있는데 두 조직 간 주기적 회의를 통해 우리가 제작한 작품을 우리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게 좋을지, 다른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게 더 좋을지 토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웹소설과 웹툰 (사업)을 모두 하기 때문에 노블코믹스(웹소설 원작 웹툰)라는 형태의 작품을 많이 만들고 있는데, 노블코믹스를 제작할 때에도 담당 PD를 익명으로 하고 원고에 대한 토른을 거친다”며 “웹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인데, 담당 PD의 머리 속에는 이미 원고가 있기 때문에 다른 PD들이 보면서 처음 보는 독자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회의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미국, 유럽에 진출한 NHN 코미코는 각 나라에 현지화된 웹툰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회의에 집중하고 있다. 김 실장은 “예를 들면 국내 작품에서는 아이를 훈육할 때 종아리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종아리를 때리지 않는다”며 “같은 작품이어도 각 나라 특성에 맞도록 번역을 달리하거나 표현을 수정하는 등 회의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OO 맛집. 특정 분야를 잘 하는 곳을 일컫는 신조어다. 로판 맛집으로 소문나 있는 NHN 코미코는 특히 클리셰(상투적 관습)을 깨는 작품을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눌리타스’, ‘야수의 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로판 맛집 NHN 코미코는 이제 다음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김자현 실장은 “올해 전략 중 하나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자'라는 것”이라며 “로판 외에도 다양한 바구니를 만들어서 언제든지 독자의 반응이 오는 바구니에 계란을 더 옮겨 담을 수 있도록 긴밀하게 움직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웹툰이 물 건너간 지 오래되지 않은 해외에서는 로판이 아직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로판 장르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실장은 “국내에서는 로판 장르가 유행한 지 7~8년이 돼 어느새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그만큼 독자 분들께 새로움을 선사하기 어려워졌다”며 “오히려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현대 판타지, 남성향 판타지 등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장르를 시도해보려 한다. 특정 방향을 정해놓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독자 분들의 반응이 좋다면 그 방향으로 기민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