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의·약계에 비상이 걸렸다. 치료제 품귀현상까지 나타나자 정부가 그간 ‘넥스트 팬데믹(대유행)’을 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요청을 무시한 결과라는 비판이 거세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해 이달 말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엔데믹 기조로 마스크 착용과 다중 이용 시설 내 방역수칙 대부분이 사라진 상황에 여름 휴가철 이동량도 증가하면서다. 현재 확산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KP.3’로, 중증도와 치명률이 낮지만, 변이를 거듭해 면역 회피력이 높아 빠르게 감염된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8월 첫째 주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861명이다. 2월 첫째 주 875명 이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개월 전인 지난달 첫째 주 입원환자 91명과 비교하면 무려 9.5배 뛰었다.
질병청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를 ‘관심’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관심 단계에서 확진자에게는 증상 호전 이후 24시간 경과 시까지 격리가 권고된다. 이후에는 별다른 조치 없이 직장이나 학교로 복귀해도 된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긴장 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감염병 전문가들을 소집해 지역사회 내 감염위기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19와 유사한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백일해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의 감염병이 동시에 확산하고 있어 질병 구분이 어렵고, 질병청 확진자 집계는 표본 감시 결과라서 실제 환자 수가 더욱 많을 것이라는 위기 인식에서다.
대한약사회도 코로나19 치료제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등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약국가 현장에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질병청은 이달 중으로 치료제를 추가 구매해 통해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고, 지자체 주관으로 각 지역에서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에 접어든 이후 정부가 감염병 정책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상 회복 기조와 별개로 치료제 공급, 건강보험 급여 지원 등 산적한 과제를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최근 코로나19가 급증하며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데도 정부는 국민과 의료계에 아무런 지침이나 안내도 없다”라며 “코로나19 확산 속에 국민이 불안해하는데 정부는 대응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고 또 그럴 능력조차 있는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계도, 정부도 코로나19 재유행은 이미 2~3주 전부터 예측하고 있었다”라며 “일찍이 필요한 치료제와 물품들의 수량을 계산해 충분히 공급하고 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추가 구매를 하고 이달 중으로 공급하겠다는 대응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감염병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노인, 기저질환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건강보험 등재 작업이라도 완료해 놨다면 개별 의료기관에서 수급을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 3년 동안 전문가들이 꾸준히 요청했지만, 정부가 제대로 마무리한 것이 하나도 없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