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의 최대 이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재매각 소식이다. 지난 2006년 금호산업을 주축으로 인수한 지 2년7개월만이다.
매각 규모는 ▲투자자 보유지분 39%+경영권 ▲50%+1주 ▲72% (투자자 39%+그룹보유 33%) 전량 매각 등 인수자측의 사정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50%+1주' 매각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재매각 발표 후 지난 1일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을 대우건설 공동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 또 향후 매각방식, 구조 및 일정 등을 공동매각 주간사와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 부터 3조5000억 원 정도를 지원받는 대신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500원을 밑돌면 이들에게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한 계약을 말한다.
이와 함께 최근 흥미로운 전망이 재계 일각에서 일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석유화학부문 박찬구 회장이 금호주식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한 조심스런 예상들이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주식 36만여주를 장내에서 팔고 금호석유화학 주식 30만5600여주를 사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박찬구 회장의 금호산업 지분율은 기존 1.14%에서 0.70%로 내려간 반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은 7.30%에서 8.51%로 늘어났다.
박찬구 회장의 아들인 준경씨도 최근 금호석유화학 주식 16만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8.51%로 높인 상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형제인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계열 분리가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등 건설 부문과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을 주축으로 꾸려진 지배구조에 큰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시발택시로 시작한 그룹의 오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946년 광주택시로 부터 시작됐다. 창업회장인 고(故) 박인천 회장이 시발택시 두 대로 금호의 초석을 세웠다.
이후 광주-서울 버스 노선을 개척하는 광주고속을 세웠고, 88년 아시아나항공을 띄우고, 석유화학·타이어·건설로 외연을 넓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항공·석유화학·타이어·건설을 그룹 핵심역량으로 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사업의 다각화와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인수하면서 재계 10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4월 기준으로 4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자산총액 37조5580억원으로 재계 순위 8위에 올라 있다.
◆ 금호석유화학,그룹 실질적 지주사 노릇
금호석유화학,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 실질적 지주사 노릇을 하고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로 갖춰놓고 있다. 각각의 주력사들이 다른 계열사들의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형태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계열사간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의 지분 18.6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대한통운의 최대주주는 대우건설(23.95%)과 아시아나항공(23.95%)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로서 19.03%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33.5%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금호타이어(47.31%), 금호폴리켐(50.00%), 금호미쓰이화학(50.00%), 금호피앤비화학(78.2%), 금호생명(23.83%) 등의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38.74%), 충주보라매(100.00%), 금호리조트(100.00%), 속리산 고속(100.00%) 등의 자회사도 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6.00%), 아시아나IDT(100.00%), 아시아나공항개발(100.00%), 인천공항에너지(35.00%), 아시나아애바카스(80.00%)의 모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 박삼구-박찬구 형제일가의 지분 구조
지난달 22일 현재 현재 박삼구 회장 형제 일가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40.48%에 이른다. 금호문화재단 0.21%, 금호석유화학 자사주 19.66%를 합하면 60.14%에 이른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에 대해 안정적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확고한 그룹 지배력을 갖춰놓고 있는 셈이다.
고 박인천 창업 회장은 아들 5형제를 뒀다. 2세들 가운데 경영과 무관한 5남 박종구 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을 제외하면 1∼4남의 지분이 3세를 포함해 비슷한 비율로 나눠져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 재영씨와 차남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철완씨가 각각 4.65%와 10.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3남인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그룹전략경영본부 상무가 각각 5.30%와 4.71%을 보유하고 있다.
4남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 역시 아들인 준경씨와 함께 각각 7.30%와 8.51%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또 금호산업 대한 박삼구 회장 일가의 내부지분율도 17.41%로 높은 편이다.
금호산업의 지분은 박삼구-세창 부자가 6.11%, 박찬구-준경 부자가 1.42%, 철완씨가 6.11%의 비율로 갖고 있다. 재영씨만이 3.04%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우건설 재매각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