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한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 결과 중간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체부는 7월 축구협회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점을 발견해 감사로 전환해 관련 의혹들을 점검해왔고 이날 중간발표를 했다.
우선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불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규정상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 기술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 3명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최종 감독 후보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축구협회는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기술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와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문체부는 감독 면접 과정에서 규정이 지키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 기술이사는 거스 포예트와 다비드 바그너 등 2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해외에서 면접한 뒤 귀국해 홍 감독을 만났고, 그를 1순위로 보고했다.
문체부는 이 기술이사가 다른 두 외국인 감독 후보와는 달리 홍 감독 면접 과정에서 사전 인터뷰 질문지도 없고 참관인도 없이 단독으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홍 감독에게 면접 진행중에 감독직을 제안·요청한 것으로 봤다.
문체부는 석 달 가까이 축구계를 흔든 이번 논란의 첫 번째 원인으로 ‘정몽규 회장이 정 위원장에게 외국인 후보자들을 만나고 오라고 지시한 것’을 꼽았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정 위원장이 정 회장에게 1순위 후보인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자고 하자, 정 회장은 후순위였던 다른 두 외국인 감독도 직접 면접하고 오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고, 이후 이 기술이사가 외국인 후보 면접부터 진행했다.
최 감사관은 “(정 위원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 협상(홍 감독과의 협상)을 추진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1순위 홍명보 후보자부터 협상을 진행하라고 했으면 큰 문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서 최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걸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전임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선임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