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로 시작해 감사로 끝나…“예의 있는 토론”
민주ㆍ공화 “우리가 승리…부통령 이유 입증”
미국 대선을 약 5주 앞둔 가운데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이 TV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미국 CBS는 1일(현지시간) 저녁 9시부터 90분간 뉴욕 방송센터에서 부통령 후보 TV 토론회를 열었다. 두 후보는 중동 정세, 이민 정책, 낙태권과 총기 폭력 등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두 후보가 대좌한 것은 이번이 처음.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만큼, 이번 이인자 토론회가 균형추를 깨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 첫 질문부터 네 탓 공방…“트럼프 변덕” vs “이란 자산 동결 해제 책임” = 두 후보는 이날 악수와 함께 토론회를 시작했지만 이내 불꽃 튀는 공방전을 벌였다. 양측은 모두 자당의 대통령 후보를 치켜세우면서 상대 당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월즈 주지사는 첫 질문부터 맹공에 나섰다. 그는 ‘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공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은 절대적이며, 우리는 우리의 병력과 동맹을 보호할 것이고 (이란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정부 당시 이란과의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탈퇴를 언급하면서 “이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리더십으로 인해 이전보다 핵무기에 더 가까워졌다”고 꼬집었다.
밴스 의원은 “효과적이고 현명한 외교와 힘을 통한 평화는 매우 무너진 세계에 안정을 되찾는 방법”이라며 “마지막으로 큰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미국 대통령의 때가 언제인지 자문해보라. 유일한 대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했던 4년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혼돈을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는 실제로 세계에 효과적인 억제력을 통해 안정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란 자산 동결 해제에 대해 조 바이든 및 카멀라 해리스 행정부를 비난하고, 이란과 하마스가 카멀라 해리스 행정부 시절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를 백악관의 중심인물로 내세우면서 메시지를 전했다.
◇불법 이민 문제 두고 팽팽 대립…마이크 음 소거까지 = 두 사람은 불법 이민자와 국경보안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섰다. 밴스 상원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몸담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느슨한 국경 보안 정책이 펜타닐 마약 문제를 불러왔다고 비판하면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과 국경 폐쇄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정책을 재시행해 장벽을 건설하고 다시 추방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월즈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은 과거 미국 최대주이자 접경주인 캘리포니아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번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국경을 오가는 인신매매, 마약 거래 등을 기소한 장본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전부 문제 해결을 바란다”며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반대로 좌초된 포괄적 국경통제 강화 법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민 정책에 대한 각 후보자의 계획을 놓고 벌어진 격렬한 논쟁은 밴스 부통령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아이티 이민자들에 대해 장시간 발언한 뒤 사회자가 마이크를 음소거하면서 끝났다. 이날 토론 규칙은 앞서 진행된 대통령 TV 토론과 유사하지만, 마이크는 계속 켜두기로 했다. 다만 사회자의 판단에 따라 마이크 전원을 끌 수 있다고 CBS는 전했다.
◇낙태권 두고 충돌…“트럼프, 낙태권 폐기” vs “민주당, 급진적 낙태 찬성”=부통령 TV 토론회에서도 낙태권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다. 월즈 후보는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를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한 트럼프 전 정부 책임으로 돌렸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실행에 옮겼다”며 “그는 자신의 판사들을 통해 50년 상 이어진 개인 자율성을 침해한 이른바 '로 데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자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 대 웨이드’는 임신 24주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판결인데, 트럼프 전 정권 때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의 결정으로 2022년 6월 폐기됐다.
월즈 주지사는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조지아주에서 20대 여성이 낙태약 복용 후 발생한 드문 합병증으로 숨진 사건을 언급했다. 월즈 주지사는 “그가 미네소타에 살았다면 지금 살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복원이 필요한 이유다”고 주장했다.
밴스 의원은 “연방 차원에서 부분적 낙태 금지가 시행 중이다”며 “민주당이 매우 급진적인 낙태 찬성 견해를 지닌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것을 없애려고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정책과 관련해 미국은 매우 크고 다양한 나라로, 캘리포니아와 조지아는 다른 관점을 지녔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주별로 낙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이 문제를 처리할 올바른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교내 총기 문제 해법은…“학교 보안 강화” vs “총기 규제”=두 사람은 서로 각기 다른 교내 총기 폭력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면서 충돌했다. 밴스 의원은 안전을 위한 학교 보안 강화를, 월즈 주지사는 더 근본적인 총기 규제를 주장했다.
밴스 의원은 “총기 폭력의 대부분은 불법으로 확보한 총기를 이용해 이뤄진다”며 “해리스 부통령의 열린 국경 정책으로 인해 불법 총기가 미국에 유통되고 있다”고 책임을 물었다.
해결책으로는 교내 보안 요원 확대 등 보안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마법처럼 지팡이를 흔들어 나쁜 사람들의 손에서 총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가 우리의 학교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즈 주지사는 “학교를 요새처럼 보이게 강화하고 싶은지 묻고 싶다. 전 세계에는 총격 대피 훈련을 하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우리가 거기까지 가야 하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와 해리스 부통령은 모두 총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헌법 2조를 이해하지만,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은 우리 아이들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위험한 인물의 총기를 일시 압류하는 ‘레드 플래그’법,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 강화 등을 거론하고 “그렇게 어렵지 않은 해법들이 있고, 총기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점잖은 이인자들…여론조사 결과는 밴스 소폭 우위 = 전반적으로 같은 중부 출신인 두 후보는 비방을 자제하고 때때로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등 예의를 지켰다. 마무리 발언에서 상대방에 감사를 표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사라졌던 예의 바른 토론을 다시 보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각 당은 서로 자신의 후보가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젠 오말리 딜런 해리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오늘 밤 월즈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선택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반면 트럼프 대선 캠프의 수지 와일스와 크리스 라시비타 공동선대위원장은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왜 그를 골랐는지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CBS에서 벌인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토론 시청자들은 ‘누가 더 잘했냐’는 물음에 밴스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밴스 의원이 더 잘했다는 응답이 42%, 월즈 주지사가 이겼다는 답변이 41%, 동률이라는 평가는 1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