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회사채 시장이 본격적인 여름 비수기로 접어든 모습이다. 회사채 거래량이 4주 연속 감소하고 주간 발행 규모도 3000억원대로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회사채 발행 규모는 4400억원(5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고 유통시장에서는 크레딧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망세로 회사채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4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발행시장의 경우, 불과 몇개월 전만 하더라도 주간 채권 발행 규모가 2조원에 육박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회사채 발행 규모는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상당 부분 완료됐고 통상적으로 7~8월이 전통적인 여름 '휴가철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주간 회사채 거래량은 전전주 대비 5431억원 감소한 7147억원에 그치며 월평균 회사채 거래량인 1조2649억원 보다 5502억원 적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또한 지난 7월 금통위 이후 국고채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절대금리상 메리트가 있는 우량채 위주 중단기물로 선별적인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호가갭으로 거래는 여전히 부진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금통위 전후로 국고채 시장이 랠리를 보임에 따라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크레딧물에 대한 투자에 관망 모드로 돌아서면서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에 따라 단기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만기 1년 미만 단기물 거래는 소폭 증가해 회사채 유통시장의 약세 분위기가 다소나마 개선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채권평가(KBP)가 신용등급별 지난주 회사채 거래를 분석한 결과, 채권형 펀드 자금 유입과 통안채, 시중은행채 단기물 강세에 따라 금리 메리트가 회복된 우량 회사채 단기물에 매수세가 유입, AAA급 회사채 거래비중이 전전주 대비 24.3%포인트 증가한 48.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A급과 A급 회사채의 경우, 여전한 가격 메리트 부족 인식으로 지난주 거래 비중이 전전주 대비 각각 4.2%,
20.2%포인트 감소한 25.3%, 23.4%를 기록, 부진한 양상을 이어갔다.
잔존만기 별로 살펴봐도 장단기물 거래 규모가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채권형 펀드 수탁고 증가에 힘입은 단기물 매수세 유입으로 잔존만기 1년 미만의 회사채 거래 비중은 전전주 대비 7.4%포인트 증가한 33.6%를 나타냈다.
중장기물은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망세로 호가갭을 좁히지 못하며 1~3년 구간과 3년 이상 구간의 회사채 거래 비중이 전전주 대비 각각 2.0%, 5.4%포인트 감소한 61.9%, 4.5%를 기록했다.
강두완 한국채권평가 연구원은 "최근 회사채 발행과 거래량이 동반 감소하는 주된 이유는 지난 상반기 대규모 발행물량이 누적된 영향과 가격메리트 약화에 따른 투자수요 감소가 맞물린 결과"라며 "국내 회사채 시장이 7월과 8월 휴가철 비수기를 맞아 발행이 급감한 것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그러나 올 상반기 말부터 과잉 유동성 논란에 따른 출구전략 이슈가 불거졌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양적완화기조가 하반기부터 점차 바뀔 수도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유통시장내 회사채 투자 메리트가 점차 희석된 면도 없지 않다"고 조언했다.
즉, 이같은 통화정책 스탠스 변경 가능성을 반영, 시장금리 상승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 특성상, 유통시장내 회사채 거래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이 최근 비수기를 맞아 발행과 유통시장 모두 부진한 모습을 연출중이나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재차 회복될 공산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를 앞두고 시중 은행들이 최근 여신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채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중 신용평가사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최근 은행권 기업 여신 증가율이 둔화세로 돌아선 시점과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뤘던 몇 달전 상황은 절대 무관치 않다"며 "이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입금 상환에 주력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시중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상시구조조정 제도를 마련해 은행 건전성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내는 만큼, 기업들의 단기 차입금 상환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 확대에 따른 고금리 회사채 투자 메리트 부각과 이에 대한 투자가 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길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장은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최근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채권투자 펀드보다 우량 회사채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모습"이라며 "투자등급이 AA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1년 미만의 단기로 보유하면서 고금리 채권이 채차 갈아타는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