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의 사생활을 인터넷에 올린 뒤 모욕죄 등 처벌을 고민하는 사례에 대해 정소연 법률사무소 다반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 봤습니다.
Q. 얼마 전 회사 동료 A씨가 이혼했다는 소문을 듣게 됐습니다. 바람을 피운 A씨가 상간녀의 남편으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이를 알게 된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한 뒤 위자료와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꽤 구체적인 내용이었습니다. A씨는 사내에서도 워낙 훈훈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연예인만큼 인기가 많았던 사람이었던지라 뒷말은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저도 이 내용을 익명화해 사내 전용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다만 뒤늦게 섣부른 행동이라는 자책이 들어 게시글을 지우긴 했어요. 그럼에도 이미 캡쳐본이 떠돌아다니며 온라인상에서까지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혹시라도 작성자가 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모욕죄가 성립될까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도 있다는데 이 또한 해당할 수 있나요? 게시글에는 당사자 실명은 쓰지 않았습니다.
A. 사내 게시판이나 메신저에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험담을 해서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모욕죄가 성립되는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지는 적시한 내용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는지(모욕) 혹은 사실을 적시해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했는지(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게시된 글의 정보로 상대방이 특정되고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사내 전용 커뮤니티는 통상 그 회사의 직원에게만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나 커뮤니티 게시글은 회사 직원인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 요건이 충족됩니다. 실제로 이미 캡쳐본이 떠돌아 다니며 온라인 상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게시하신 글에 당사자 실명을 쓰지는 않았으나,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게시해 당사자의 실명을 쓰지 않았어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특정이 가능해 회사 내에서도 뒷말이 삽시간에 퍼져나갔을 정도라면 상대방이 특정됐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바람을 피운 A’, ‘상간녀의 남편으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한 뒤’의 표현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보다는 특정 사실을 적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모욕죄 보다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볼 수 있고, 특정성과 공연성 요건을 충족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내 전용 커뮤니티 게시글을 작성하신 사안이라 정확히는 정보통신망법상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됩니다.
Q. 더 큰 문제는 A씨가 해당 게시글을 접한 뒤 팀 회의 시간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는 겁니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그 정도 내밀한 소문을 퍼트릴 수 있는 사람은 평소 본인의 결혼생활 등을 잘 알고 있는 우리 팀 내부인일 수밖에 없다면서요. 팀원은 저를 포함해 10여 명 남짓이라, A씨는 대충 의심가는 작성자 몇 명을 특정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직접 사과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한 뒤 작성자 IP를 추적해 당사자를 가려내겠다고 하는데요. 상황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자진해서 작성자가 저라는 사실을 밝히는 게 두려운 상황입니다. 이미 게시글을 지웠는데... 작성자인 제가 발각될 수도 있나요? 경찰 수사를 통해 발각된 뒤에는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 건가요?
A. 사내 전용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을 지웠다고 하더라고 사내 인트라넷 서버 환경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록이 남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에 현재 캡쳐본이 떠돌아 다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글을 올린 시간, 닉네임 등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통상 이런 경우 명예훼손으로 경찰 고소를 진행하게 되면 경찰에서는 해당 일자에 대한 서버 IP주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에 청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경우 경찰은 영장을 기초로 해당 서버 관리 업체에서 IP주소를 받고 계정 로그인 정보 등 다양한 디지털 증거에 기반해 당사자를 특정하고 혐의 사실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Q. 비슷한 사례를 찾다보니 초범이거나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모욕죄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도 기소유예의 대상이 되나요? 기소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변호사 선임이 필수일까요? 기소유예 결정이 되면 저에게는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도 알고 싶어요.
A. 사안의 경우는 비방의 목적으로 사내전용 게시판 등 정보통신망에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해당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나 범행의 동기, 피해정도, 피해 회복여부, 개전의 정 등을 고려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입니다.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도 기소유예의 대상은 되지만 검찰의 통계를 보면 기소유예처분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친고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소유예를 받기 위해서 변호사 선임을 생각하시기 전에 피해자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됩니다. 상담자님의 진심어린 사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마음을 열지 않으신다면 이후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기소유예처분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빨간 줄인 전과 즉, 범죄경력자료에는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수사경력자료에는 기록이 남습니다. 수사경력자료는 예전에 이러이러한 사안으로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 표시되는 문서인데 향후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개전의 정이 없다고 보여 기소유예처분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료의 사생활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면 마음속에만 담아 두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본인의 사생활도 지켜진다는 것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정소연 변호사
정소연 변호사는 제4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에 합격해 2010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2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국선전담변호사, 2018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정책과장, 2022년 법무부 인권국 인권정책과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법률사무소 다반 대표 변호사로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을 맡고 있으며 형사, 소년, 가사, 노무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