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의체는 10차 회의를 앞둔 4일에서야 취재진에게 처음 회의 전 모두발언을 공개했다. 현장에서 들은 양측의 입장은 극과 극이었고 어조도 달랐다. 배달의민족(배민) 등 배달플랫폼 측은 차분히 “협조하겠다”고 했고, 입점업체 측은 “자영업자의 분노는 한계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점업체의 핵심 요구는 ‘수수료 5% 상한제’다. 5%는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 배민이 2년 전 운영한 정액제 이용료 ‘주문 건당 1000원’을 기준 삼았다. 당시 입점업체들은 이를 합리적이라 여겼다.
하지만 배민은 2년 새 정액제를 정률제로, 6.8%의 수수료를 9.8%로 각각 변경했다. 수수료 인상 명분은 “출혈경쟁에 따른 위기감”이었다. 하지만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작년 영업이익은 7000억 원, 영업이익률은 무려 20.5%였다. 이를 ‘위기’라고 할 수 있을까. 상생협의체는 애초 배달수수료 부담에 존폐 갈림길에 선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출범했다.
그런데 배달플랫폼이 가져온 상생안은 소상공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특히 쿠팡이 운영하는 쿠팡이츠의 상생안은 기존보다 수수료 인하 폭이 작을 뿐 아니라 수수료를 낮추되 배달비를 올리는 조삼모사식 방안이었다. 이 와중에 배민은 쿠팡이츠의 상생안 동참을 내걸어 경쟁사 견제에만 열을 올렸다.
상생협의체를 통한 최종 상생안 도출이 불발되면 당분간 배달앱 수수료는 현행 유지 공산이 크다. 수많은 소상공인은 지금도 높은 배달 수수료에 신음하며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100여 일 동안 과연 배민과 쿠팡이츠가 진정성 있는 상생 의지를 보였는지 묻고 싶다.
상생협의체가 공회전할 동안 국회에선 배달플랫폼을 겨냥해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그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도 모든 역량을 동원해 합의 방안을 찾겠다고 하니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플랫폼 규제로 역풍을 맞기 전, 배달플랫폼이 부디 상생이란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