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반대한 장형진 고문과 불참 이사 제외
지난달 기각된 2차 가처분 본안소송 격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사들을 상대로 약 7000억 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영풍ㆍMBK는 고려아연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회사에 6732억99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해당 금액만큼의 배상금을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주대표소송 소장을 8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게을리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제기하는 것이다. 주주가 승소하면 배상금은 회사에 돌아간다.
영풍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1주당 56만 원 정도였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 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해 204만30주의 자사주를 취득했기 때문에 회사가 그 차액에 주식 수를 곱한 만큼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기업어음(CP), 회사채와 금융기관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은 제외됐다. 전날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금 상환을 위한 2조5000억 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한 만큼 연간 1000억 원대로 추산되는 이자 비용까지 더해진다면 청구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중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반대한 장형진 영풍 고문과 이사회에 연속 불참한 김우주 현대자동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 성용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등은 제외하고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10명의 이사가 피소됐다.
영풍ㆍMBK는 앞서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소 제기를 청구했지만 회신이 없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상법상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상장사는 0.01%)을 보유한 주주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소 제기를 청구하고, 이들이 30일 내 소 제기를 하지 않으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소송은 지난달 법원이 기각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의 본안소송 격이다. 당시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고려아연이 실질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자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라는 영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본안에서 충실한 증거 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영풍ㆍMBK는 본안소송으로 이사들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