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10시 20분께 갑작스럽게 선포한 비상계엄이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 가결로 해제됐다. 계엄 선포 155분 만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건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45년 만이다. 계엄은 김용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지속적인 탄핵소추안 발의와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를 비상계엄 탄핵의 주요 이유로 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가장 먼저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관료에 대한 연이은 탄핵을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야당이 내년 예산안에서 4조1000억 원을 삭감한 감액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재해대책 예비비 1조 원을 비롯해 아이돌봄수당 384억 원,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 등을 삭감한 것을 두고 국가 기능을 훼손시킨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의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헌법 77조 1항에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의 심야 긴급 기자회견은 취재진에 사전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비상 계엄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 직후 국방부는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 2급을 발령하고 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 군은 계엄사령부로 전환해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발동했다. 포고령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 40분께 경제·금융수장들이 모이는 F4(Finance 4)회의를 소집했다. 외신들은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를 일제히 긴급 타전했다.
다만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국회에 의해 해제됐다. 국회는 4일 오전 1시께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비상계엄 선포 2시간 35분 만이다.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순간엔 국회 본회의장 안팎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지만,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가 가능하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상정에 앞서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다"며 "이는 대통령의 귀책 사유"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불법적이고 위헌적이고 반 국민적인 개헌 선포"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