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기세다. 금융시장부터 출렁거린다.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6.10포인트(1.44%) 하락한 2464.00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 매도 행렬에 한때 장중 2% 넘게 하락했지만 그나마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로 마감했다.
외환시장 또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밤 10시 25분께 비상계엄 발표 담화 직후 뉴욕 시장에서 2년여 만에 장중 1442.0원까지 치솟았다. 4일 오후 들어 1410.1원(3시 30분 기준)까지 내려왔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하루 변동 폭이 41.5원(변동률 2.96%)에 달한다. 전날 주간에 1억3000만 원대를 오르내리던 비트코인도 선포 직후 한때 5000만 원 안팎 폭락하는 등 주요 가상화폐들도 줄줄이 된서리를 맞았다. 발작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문제의 담화에서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이 계엄령은 여야 의원 190명이 2시간여 만에 만장일치로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이 수용해 4일 오전 4시 27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해제됐다. 결국, 한밤중 해프닝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계엄 선포와 해제, 정국 혼돈이 초래된 것은 헌정사에 남을 오점이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전시, 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발동되는 예외적 권한이다. 윤 대통령이 근거로 제시한 야당의 잇따른 탄핵과 예산안 삭감, 입법 폭주가 헌법적 요건에 부합한다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정치력이 필요한 문제를 놓고 계엄 카드를 내밀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6∼7일에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용산에선 대통령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정책실장 등 3실장과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국무위원 전원의 사표 제출 소식도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계엄 후폭풍이 무정부 상태를 빚고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인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시계 제로가 됐다. 걱정이 태산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발등의 불은 시장 안정화다. 우리 경제는 그러잖아도 수출 둔화, 내수 부진 등 먹구름에 쌓여 있다. 대외 신인도 추락 가능성도 걱정이다.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이 시장안정 대책을 서둘러 내놨지만, 불안과 혼선을 잠재우려면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랄 것이다.
정국 혼돈은 당분간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치적 책략이 깔린 선전·선동으로 있는 일, 없는 일 부풀려 민생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태는 삼갈 일이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무기한 파업을 부르짖는 노동단체들도 자성해야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한국에 ‘여행 위험 국가’라는 경보를 발령했다고 한다. 이런 사태가 자칫 장기화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치명적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계엄 사태의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하지만 급한 것은 국가 정상화다. 선후를 가리고, 힘을 모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