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논란에서 분위기 반전 가능성 커져
이시바 외교력 도마 위에 오를 듯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와의 만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꼭 만나고 싶다”면서 내년 1월 20일 취임 전 만남에 대해서도 “그럴 수도 있다. (이시바 총리의) 지위를 존중한다”고 답했다. 이어 “(동맹국으로서) 일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당선인이 이시바 총리의 대면 회담 제안을 거절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5일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확정 직후 5분간 통화를 하고, 당시 남미 순방을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려 했으나 트럼프 당선인 측이 거절했다. 민간인의 외교 정책 관여를 금지한 ‘로건법’을 이유로 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날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만난 것도 조기 회동 가능성을 높인 요소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도 “아베 총리와 매우 친밀했고, 그는 매우 훌륭한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아베 여사에 대해서도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존경심”으로 초대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베 전 총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7년 첫 집권 당시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 아베 전 총리를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만났다. 외교적 의례에 구애받지 않고 만나 개인적으로도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키에 여사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게 책을 선물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1000억 달러(약 143조6000억 원) 대미 투자계획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은 손 회장의 대미 투자계획 발표를 위해 기획됐는데, 이는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의 지난달 대통령선거 당선 직후 첫 기자회견이기도 한 만큼 남다른 대우를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조기 회담 거절에 ‘이득이 없어 거절했다’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일본 측의 전방위적 접근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흐름에 이시바 총리의 외교력은 거듭 논란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들(일본)이 원한다면”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시바 총리가 말로는 취임 전 회동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도 외교 결례로 물의를 빚어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