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펀드는 자금 썰물 이어져
트럼프 트레이드·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겹쳐
증권가 “미국 증시 강세장 한동안 이어질 것”
올해 국내 펀드시장 순자산이 1000조를 돌파한 가운데, 북미 펀드에 자금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으로 혜택받는 자산에 투자하는 현상)로 미국 증시가 활황을 맞자, 국내 펀드시장에서도 미국에 투자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어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펀드시장에 설정된 북미 펀드는 올해 설정액이 총 11조2816억 원 유입됐다. 이에 연초 11조8226억 원이었던 설정액은 현재 23조 원대로 껑충 뛰었다. 설정액이 2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북미 펀드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주요 기업에 투자해, 대표적인 선진국 펀드로 꼽힌다.
반면 신흥국 펀드 대다수는 올해 자금 유출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 펀드는 설정액이 8838억 원 줄었고, 중화권 펀드는 7074억 원, 베트남 펀드는 2027억 원, 신흥아시아는 233억 원 줄어들었다. 이외 인도가 세계 공급망 재편 수혜 기대감을 받으면서 인도 펀드 설정액이 지난달 2조500억 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최근 감소하기 시작해 1조9000억 원대로 내려왔다.
북미 펀드의 인기는 수익률 덕분으로 풀이된다. 연초 이후 지역별 해외 펀드 수익률은 △북미 펀드(38.92%) △인도 펀드(28.31%) △중화권 펀드(25.73%) △신흥아시아(25.39%) △중국(20.68%) △베트남(17.17%) 등 순이다. 미국 증시가 기술주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자, 북미 펀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북미 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의 호조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투자자금 유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약 21조2000억 원이 증가하며 해외 펀드 성장률 회복을 주도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전의 해외 펀드 골디락스 시절인 2007년의 43조5000억 원 증가 이후 최대 규모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신흥국 펀드가 비교적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북미 펀드로의 자금 쏠림은 유독 두드러진다. 앞서 중국 증시는 중국당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베트남 등은 경제 성장률 기대감이 커 펀드도 비교적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뒀다는 점에서 미국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중국 등에 고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데다가, 미국의 각종 규제 완화 기대감도 커 트럼프 집권 기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돌아갈 가능성이 커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18일 열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워 북미 펀드 투자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도 미국 증시를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보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며 AI 관련주들의 이익도 양호해 기술주 중심의 활황이 지속할 것으로 봐서다. 실제 국내 설정된 북미 펀드 중에서도 ‘ACE 미국빅테크TOP7Plus레버리지(합성) 상장지수펀드(ETF)’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합성) ETF’ 등 미국 기술주 관련 상품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발간한 ‘2025년 미국시장 연간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증시가 주도하는 강세장의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난 2년간 거둔 수익을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면, 여전히 미국 주식을 보유하는 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