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원안가결률이 거의 100%에 달하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와 경영진 감시를 통해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할 사외이사가 계속해서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는 셈이다.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총수 일가 절반 이상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으로 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하 공시집단)의 지배구조 현황' 분석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올해 5월 지정 88개 공시집단 중 신규 지정 집단(7개) 및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80개 집단 소속 344개 상장회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이사회 참석률은 97.8%로 전년보다 1.2%포인트(p)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이사회 안건 9155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53건(0.58%)이었다. 상정된 안건의 원안가결률이 99.4%란 얘기다. 전년보다 원안가결률이 0.1%p 증가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53건) 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 수는 9건(0.1%)에 불과했다. 경영진을 감시하는 사외이사가 여전히 '거수기'나 '예스맨'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1.1%(1123명)로 작년보다 0.4%포인트(p) 감소했지만 여전히 과반을 유지했다.
회사당 평균으로는 3.2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상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금융회사)에서 규정한 사외이사 선임 의무기준을 초과한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선임 기준이 967명인데 156명을 더 선임했다.
과거 당사나 계열회사의 임직원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거나 거래관계(건당 1억 원 이상)가 있는 사외이사는 총 50명으로 전체(1123명)의 4.5% 정도였다.
71개 총수 있는 공시집단 소속회사 2753곳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7.0%(468곳)으로 전년보다 0.4%p 늘었다.
전체 등기이사 가운데 총수 일가 비중도 6.5%(638명)로 전년보다 0.3%p 늘었다.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총수 2·3세는 평균 2.6개 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비율이 2년 연속 증가했는데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총수 일가는 주력회사(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ㆍ해당 회사가 지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에 집중적으로 등재가 돼 있었다.
주력회사 중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43.8%,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중에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37.5%로 전체 회사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17.0%)를 크게 웃돌았다.
총수 일가가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는 5.9%(163곳)로 전년대비 0.7%p 증가했다. 총수일가가 재직 중인 미등기임원 중 54.1%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총수 일가인 미등기임원의 과반수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대기업집단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 이를 통해 사익편취를 추구하는지 여부 등을 면밀한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