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쇼크] 1450원 대 돌파에 금융권 초긴장…주주환원 정책 ‘빨간불’

입력 2024-12-19 16:27 수정 2024-12-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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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450원 돌파…금융위기 이후 최고
금융권, 대응 마련 분주…"시장상황 예의 주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환율이 금융권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 12·3 비상계엄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연준發(발) 쇼크’에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450원대로 급등하면서 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공들였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까지 흔들리면서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6.4원 상승한 1451.9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450원선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16일(1488.0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발(發) 강달러, 미중갈등 심화 등 구조적 경제 펀더멘털 악화가 누적된데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가결까지 국내 정치 불안도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이같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금융권은 비상이 걸렸다. 당장 금융지주사의 자본건전성 유지 부담이 커진 것이다. 원·달러의 단기 저항선인 1450원이 무너질 경우 위험가중자산(RWA) 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금융그룹 전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하락하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화환산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커지면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도 어려워진다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은 CET1 등 핵심 지표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꾀한다는 방침이어서 금융권의 밸류업 전략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KB금융과 신한지주는 CET-1비율 13%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 3분기 기준으로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85%, 신한지주는 13.13%으로 주주환원 여력이 마련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위험가중자본이 늘어나면 CET-1비율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떨어질 경우 KB금융과 신한지주는 CET-1 비율이 1bp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금융권은 원화·외화 자금시장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원화값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 비상자금 조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변동성 대응을 위해 원화·외화 자금시장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라며 “특히 현재 전 계열사의 유동성 비율 일일 모니터링중으로, 현재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역시 매일 위기관리협의체를 운영하며 외화 유동성과 주식·채권시장 동향을 심층 모니터링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원화값 급락 위험에 대비해 단계별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중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외환 시장 변동성 확대에 기업 고객에 위험이 확산되지 않도록 신용장 대금 결제일 연장 등 기업 지원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기업 대출 부실이 금융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8%로 집계됐다. 9월 말과 비교해 0.03%p 상승한 수치다. 10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2조5000억 원으로 전월과 유사하다. 반면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1조7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6000억 원 감소했다.

대출을 부문별로 보면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0.65%) 대비 0.05%p 상승한 0.7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소법인 연체율은 0.06%p 상승한 0.74%, 개인사업자 대출은 0.04%p 오른 0.65%를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전달 말과 똑같이 0.04%를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용장 만기가 도래하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만기연장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환율 상승에 따라 일시적 결제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여신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부터 외화 여신 공급 및 수수료 우대 등 약 5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구체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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