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요지부동 속 가계대출 속속 완화
은행 예대금리차 3개월 연속 확대
은행 예·적금 금리가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대출금리는 꿈쩍 않는 반면 수신금리만 내림세다. 은행들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하락을 이유로 예·적금 금리만 인하하고 있어서다.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명분을 앞세워 그대로 두면서 서서히 문턱은 낮추고 있다.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13개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05∼0.25%포인트(p)인하한다고 밝혔다. ‘급여하나 월 복리 적금’ 1년제 기본금리는 연 3.30%에서 3.20%로 내렸다. ‘하나의 정기예금’ 3년제 이상 기본금리는 연 2.70%에서 2.60%로 각 0.10%p 낮췄다.
신한은행도 거치식 예금(정기예금) 16개 상품 금리를 0.05∼0.25%p, 적립식 예금(적금) 20개 상품 금리 0.05∼0.20%p 각각 하향 조정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바뀐 금리는 23일부터 적용된다. ‘신한 ISA정기예금(25년)’의 경우 다음달 1일, ‘청년처음적금 (25년)’의 경우 다음달 3일부터 적용된다.
앞서 우리은행은 이달 17일 정기예금 13종과 정기적금 14종의 금리를 0.2~0.4%p 인하했다. NH농협은행도 비대면 전용 수신상품인 ‘NH올원e예금’ 금리를 이달 2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총 0.18%p 내렸다.
한국은행이 최근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은행들도 시장금리 하락에 맞춰 줄줄이 수신금리를 내렸다. 반면 대출금리는 그대로 두면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만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예대금리차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10월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는 1.04%p로 전월에 비해 0.3%p 확대됐다.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2022년 7월 공시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1%포인트를 넘긴 것이다.
여기에 연말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높였던 대출 문턱도 낮추는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30일부터 판매를 중단했던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내년 1월 2일부터는 취급을 중단했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다시 취급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낮춘다. 23일 신청분부터 주기형(5년) 주담대 우대금리를 0.1%포인트(p)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17일부터 미등기된 신규 분양 물건지에 대한 전세자금대출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각각 재개하기로 했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했다. 하나은행도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 중단을 23일 해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다시 가계대출 문턱을 낮춘 이유는 해가 바뀌는 내년부터는 가계대출을 내어줄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일차적으로 연간 취급 목표액을 제시한다. 앞서 올해 8월 시중은행은 이미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 100% 초과 달성하면서 하반기 대출 절벽으로 이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