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부리려는 정치 욕망도 여전해
정치 개입 클수록 경제쇠퇴 명심해야
지난 수년 동안 한국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이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기업이다. 기업활동이 왕성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민의 삶이 나아진다. 그런데 지난 수년 동안 정부는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을 만들어 왔다. 2003년 노무현 정부부터 2021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신설하거나 강화한 규제는 총 2만2196건에 달했다. 잘못된 규제 정책은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낡은 제도와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끝없는 정쟁으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여야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민생·경제 법안을 전혀 진척시키지 않았다. 감세 법안과 시급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국가의 기간 전력망 확충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친윤계와 친한계로 나뉜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은 권력 투쟁을 벌이며 민생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거대 야당은 끝없는 입법 폭주와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켰다. ‘입법 독점, 대통령 거부권 행사, 국회 재의결’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경제는 점점 활력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 느닷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와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냉각됐다. 탄핵안이 가결되었지만, 여당인 국민의 힘은 여전히 파벌 싸움만 벌이고 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잇단 탄핵소추와 입법 폭주로 국정을 파행으로 몰고 가며, 이러한 정국을 악용해 잘못된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고 초과 생산량을 수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3월 윤 대통령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최종 폐기됐지만, 이번에 다시 발의됐다.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이 기준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생산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은 반시장적인 법안이다. 이 법안대로라면 쌀과 농산물의 공급 과잉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과잉 공급된 쌀과 농산물을 수매, 저장, 처분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납세자의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막강한 국회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악법이다.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만 적용되던 ‘동행명령’의 범위를 청문회 등으로 확대하고, 증인이나 참고인이 ‘개인정보 보호나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개정안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려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것이다.
이 법은 정치인들이 기업인 위에서 군림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왔다. 사농공상의 잔재가 남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경제인과 기업인을 하수인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1995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발언했다가 당시 정권의 질타를 받았던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국정감사라는 명목으로 기업인을 국회로 무의미하게 수시로 불러댄다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할 귀중한 시간이 낭비돼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업의 핵심 기밀이 정치권을 매개로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기업의 핵심 기밀이 유출되면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정치와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해서 잘 된 나라는 없다. 정치와 정부개입이 심할수록 경제는 쇠퇴하고 국민의 삶은 나빠진다. 정치와 정부개입의 극단적인 사례가 사회주의이고, 사회주의 국가들은 다 실패했다. 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 궤도로 복귀시키려면 우리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해적인 정책들을 폐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