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심리적 저항선인 1450원대 뚫은 뒤 고공행진
25일 한국은행의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100.7) 대비 12.3포인트(p)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18.3p)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CCSI는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크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감소했다. 통상 연말에 카드 사용액이 느는 것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통계청 속보성 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전주 대비 26.3% 급감했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9월 20일(-26.3%) 이후 11주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 불안한 국내 정세에 연말 모임을 줄줄이 취소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치솟는 환율이다. 외환 당국 등에 따르면 이달 24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4원 오른 1456.4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이후 심리적 저항선인 1450원을 뚫은 뒤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일각에선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고 내년 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해외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은 더 큰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수입물가는 통상 한두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1% 초반대로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 상승률이 내년 상반기 중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 물가 상승이 지속하면 국민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해 내수 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
강달러 현상에 정부도 우려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상승세와 관련해 "전부 국내 (정치) 요인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정확한 분석은 아니다"면서도 "외환 당국으로서는 환율의 일방적인 급변동에 대해 강력하게 시장안정조치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