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5086억 원.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외 주식을 사들인 금액이다. 지난해(약 -5조7816억 원)에 비해 4배 넘게 늘었다. 국내 주식투자 열풍이 경기둔화 우려, 12·3 계엄 사태 등으로 빠르게 식었지만,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급증한 결과다.
2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5조4751억 원어치를 팔고, 코스닥 시장에서 6조5009억 원어치를 샀다. 지난해 코스피(-11조6292억 원), 코스닥(-3조5260억 원) 개인 순매수 규모와 비교하면 코스닥 투자심리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개인들은 올해 해외 주식도 105억6996만 달러(26일 오후 3시 30분 원·달러 환율 기준 약 15조4828억 원)가량 사들였다. 지난해 -1억5488만 달러(약 -2조2556억 원) 매도 우위에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개미 군단’ 주식 쇼핑은 대형주에 쏠렸다. 국내에선 삼성전자를 12조58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어 삼성SDI(2조3358억 원)와 LG화학(1조6246억 원), SK하이닉스(6402억 원), 한화오션(4896억 원), 한화솔루션(4730억 원) 등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이 10조3746억 원, 기관이 3조9249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대거 흡수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기관(-2조3871억 원)과 엇갈린 투자 흐름을 보였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부진한 사이 개인투자자는 해외 증시로 눈을 돌렸다. 특히 미국 시장을 찾은 투자자가 많았다. 서학개미가 순매수한 해외 주식 상위 10개는 모두 미국 주식이었다.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전기차 회사 테슬라다. 순매수 금액은 10억7368만 달러(약 1조5637억 원)로,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제외한 국내 순매수 종목을 앞질렀다. 지난해 말 248.48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23일(현지시간) 462.28달러로, 올해 들어 86% 뛰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4억3512만 달러), 인텔(3억2575만), 리얼티인컴(1억8111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5902만 달러), 마이크론테크놀로지(1억4239만 달러) 등 대형 기술주에도 서학개미의 ‘사자’가 집중됐다.
내년에도 개인의 강한 매수세가 이어질까. 일단 개인 화력은 여전히 막강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23일 기준 52조84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2조7537억 원) 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직전 5년(2018~2022년) 평균인 46조3489억 원보다 12% 넘게 늘어난 규모다. 아직 개인이 증시로 유입될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국내 증시 투자심리가 내년 거시경제 흐름에 발맞춰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은 디스인플레이션과 누적된 금리 인하 효과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강화되더라도 미국 외 지역(non-US) 경기 반등 기대가 가능하다”며 “미국 증시 강세 지속과 미국 외 증시 모멘텀 개선이 예상됨에 따라 약달러 안착 시 미국 외 증시 모멘텀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