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극심한 약세에 시달리면서 환노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ETF 중 이름 끝에 환율 헷지를 의미하는 (H)가 붙어있지 않으면 모두 환노출 ETF에 해당한다. 때로는 언헷지(unhedged)를 의미하는 (UH)가 붙기도 한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기준 전일보다 2.70원 오른 146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1300원이었던 원화는 1년 만에 150원 넘게 오르면서 1500원을 코앞에 남겨두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S&P500 환노출, 환헤지 ETF의 지난 4월 기준 1년 수익률은 각각 34%, 25%였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환헤지 비용이 반영되자 수익률 격차가 최대 10%p(포인트)가량 벌어진 것이다.
환노출 ETF는 환율 변동이 ETF의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되는 반면, 환헤지형 ETF는 환율 변동에도 수익률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달러 강세를 보이는 시기에는 환노출형 ETF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편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반면 같은 경우 환헤지형 ETF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부진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시대에는 환노출을 활용해 ETF에 투자하는 편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높을 때는 방향성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환노출형 ETF를 선택할 때는 해당 국가의 외환 상황과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고려해 투자 기간과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환노출형 ETF는 단기투자보다 장기투자에 유리하다. 환헤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환헤지 비용이 따로 붙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수익률이 깎이면서 성과에 연동된다.
해당 국가의 금리 수준과 향후 전망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환노출'(2255) ETF의 경우 일본은행(BOJ)의 통화긴축 정책과 높은 영향력에 놓인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엔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환헤지 ETF는 부분적으로만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미국 달러의 경우 시장 리스크 발생 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어 환헤지 비용도 반영된다"며 "환헤지 프리미엄 비용은 양국 사이의 기준금리 차이와 금리 전망을 함께 반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환노출형이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