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뜬 금리 인하에…美 장기채 ETF, 2년 반만의 피벗에도 약세 지속 전망

입력 2024-12-3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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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기채 ETF, ‘피벗’에 기대감 모았지만 수익률 저조
‘매파’ 선언한 파월…금리 인하 ‘요원’
전문가 “구체화될 트럼프 2기 정책에 주목해야”

▲출처=인베스팅닷컴
▲출처=인베스팅닷컴
올해는 약 2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의 종지부를 찍은 해였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미국 장기채 투자자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 1월이 미 국채 흐름의 이정표가 되리라고 분석했다.

3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619%다. 9월, 최저점인 3.621%를 기록한 뒤 약 3개월 만에 100bp(bp=0.01%) 증가해 최고점이었던 4.706%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서 미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의 매력도가 떨어지는데, 미 장기채 ETF는 이러한 장기채권을 기반으로 구성돼 있어서 ETF의 순자산가치(NAV)가 하락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면서 금리 흐름이 바뀌어 투심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50bp 인하)에 하락하던 장기채 금리는 트럼프 재선 전후로 급상승했다. 트럼프의 친성장 정책이 경기 과열과 재정 적자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면서다. 미 장기채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는 트럼프 당선 확정 전까지 순매수세였지만, 당선 후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 천명하면서 내년 전망 또한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25bp 인하했지만, 내년 금리 인하 점도표를 25bp 기준 기존 4회 인하에서 2회 인하로 수정하며 매파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 장기채 ETF 수익률도 좋지 않다. ETF닷컴에 따르면 TLT는 올해 10.69%, 미 장기채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미국채 20년물 이상 불3X(TMF)’은 35.76% 하락했다. TLT와 TMF는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으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둘은 각각 올해 기준 서학개미 순매수 22위, 17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는 현재 금리 인하 효과가 무력화된 상황이며, 내년 1월이 금리 흐름과 관련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는 경기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예외적 금리 인하 사이클이라는 특성과 더불어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 흐름, 끈적거리는 물가, 트럼프 2기 정책 불확실성 등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효과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 국채 금리 흐름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항은 1월에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와 트럼프 취임과 더불어 구체화될 2기 정책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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