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정책 전반을 지휘하는 인구부를 부총리급으로 신설할 계획이었지만 탄핵 사태로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인구부가 만들어지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안,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애초 정부와 여당은 인구부설립추진단을 9월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립하고, 개정안을 같은 달에 통과시켜 12월에 인구부를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향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새 정부 출범이 불가피해 인구부 설립 계획이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법을 고쳐 새 부처를 만들고 새 장관에 대한 인사 절차를 밟기 쉽지 않아서다.
인구부 설립이 사실상 좌절된 상황에서 다음 정부에서 인구부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자문위원회 중심의 범부처 협력체계란 점에서 저출생·고령화 정책을 강력하고 일관성 있게 끌고 가기엔 한계가 분명했다.
정책 심의 권한은 있으나 실질적인 집행권과 예산권은 부재했고 새로운 인구정책 개발 또는 부처 간 정책 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구부도 현 정부안에는 기존 인구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원인 파악이 빠져 있고 구체적인 조직설계안 또한 누락돼 있다.
인구부가 담당할 인구정책에 대한 명확한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책 범위가 저출생·고령화 대응뿐 아니라 지방소멸, 이민 등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인구부의 영역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정책 추진과정의 공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구부가 인구정책을 수립·총괄하고 조정하는 기능만을 맡을 것인지, 개별 정책의 집행권도 부여받을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전체 정부조직 차원에서 각 부처의 정책영역을 정비하고 이에 부합한 조직개편을 고려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인구부가 키를 잡을 인구정책의 효과적 추진·집행을 위한 관련법 및 제도의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향후 인구부에 인구정책 예산의 사전심의권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국가 예산에 대한 편성 권한은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어 절차상 사전심의권을 준다 해도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핵심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저출생대응특별회계 또는 기금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인구정책의 연구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국가인구연구원' 설립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관련 연구는 산발적으로 나뉘어 체계적 연구·평가가 불가능하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꾸려진 인구정책평가센터도 전담 연구원과 예산 부족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저고위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인구부 신설이 최선의 개편안인지는 의문"이라며 "현재의 저고위 부위원장을 상임화하면서 대통령실 수석을 신설하고, 관련 법률과 계획의 주관을 저고위로 바꾸면서 인구 관련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