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퇴임 코앞서 쿠바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입력 2025-01-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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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테러 지원 없었다, 향후에도 없다고 약속”
정치범 석방 등 협상 고려한 결정이란 평가
외신 “트럼프 2기 행정부 재지정 가능성 있어”
쿠바 “올바른 결정...경제 피해 큰 규제 종식되는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척왈라 밸리 지역 국가기념물 지정 등 관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척왈라 밸리 지역 국가기념물 지정 등 관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퇴임을 코앞에 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4일(현지시간)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외한 결정을 다시 뒤집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또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고 CNN방송은 전망했다.

이날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메모에서 “미국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방수권법 일부 조항에 따라 2021년 1월 12일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한 결정을 철회한다”고 전했다. 쿠바는 북한, 이란, 시리아와 함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 정부가 지난 6개월간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고, 또한 쿠바 정부는 향후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의회에 쿠바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의사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쿠바 정부가 가톨릭 중재로 정치범을 석방하기로 한 협상의 일환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쿠바는 수십명의 정치범을 비롯해 미국 정부가 부당하게 구금됐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을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는 20일 정오 이전까지 석방할 예정이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쿠바에 부과한 경제 규제 등도 완화한다. 특정 금융 시스템 이용이나 거래가 중단된 상태였던 만큼 규제가 완화되면 쿠바도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고, 무기 수출 금지 및 무역 제한도 풀리게 된다.

미국은 1982년 3월에 쿠바가 남미 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경제적‧외교적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으나, 트럼프 당선인의 첫 집권 임기가 끝나기 직전이었던 2021년 1월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쿠바가 미국인 도주자들의 은신처를 제공하고, 2019년 폭탄 테러와 연계된 콜롬비아 좌익 게릴라 단체 민족해방군(NLA) 요원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재지정 이유로 들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쿠바 측에서 지정 철회를 강하게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를 개방하고 교류해 민주적 변화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관점에서 규제 완화를 시사했었다. 지난달에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공산당 총서기와 함께 하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 앞서 수천 명의 쿠바 시민과 함께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헬름스-버튼법(쿠바 자유민주화주의 연대법) 발동을 유예하지 않으면서 쿠바 정부가 몰수한 재산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길을 열었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으로 소송 제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쿠바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전면 금지, 쿠바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한 고위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대체로 호평을 받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요청하기도 했던 브라질과 유럽연합(EU), 스페인, 캐나다, 콜롬비아, 칠레 등 많은 동맹국들이 쿠바에 대한 테러지원국 철회를 요청해왔다. 정치범 석방 협상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바의 테러지원국 철회가 유지되기는 어려워보인다고 CNN은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무부 장관 지명자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을 결정하는 등 쿠바에 대해 매파적인 성향의 인물들로 행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한편 쿠바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올바른 결정”이라며 “이번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는 쿠바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강압적 조치를 끝내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성명을 통해 쿠바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553명의 수감자를 단계적으로 석방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교황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석방 시기나 방식은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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