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단 각각 28점·45점 올라
대출 증가율 수도권>非수도권
지방 신용대출 활성화안 시급
지방은행들이 신용점수 800점 미만 차주(대출받은 사람)에 대한 대출 문턱을 급격히 높이면서 지역 금융이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00점대 후반 신용점수로도 대출이 가능했던 1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해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 신용공급 증가율도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개 지방은행(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은행)이 지난해 11월 한 달간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824~938점이었다. 1년 전(779~910점)과 비교하면 상·하단이 각각 28점, 45점 대폭 올랐다. 지방은행들이 고신용자를 위주로 대출을 내주는 경향이 1년 사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해 11월 927~939점으로, 1년 전(923~933점)보다 상·하단이 각각 6점, 4점 오르는 데 그쳤다.
지방은행은 전체 차주 중 비수도권 거주자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높다. 문제는 비수도권 차주가 수도권 차주보다 상대적으로 저신용·저소득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인당 개인소득은 서울·경기 지역이 전국 평균을 웃돈 반면, 지방은행 본점이 있는 부산·대구·광주·전북·경남·제주 지역은 모두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은행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시중은행 차주보다 급격히 상승한 것은, 대출 심사가 강화돼 저신용·저소득층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결국,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지역에 충분한 신용공급이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역별 신용공급 증가 수준은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에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방은행 본점이 있는 6개 지역(부산·대구·광주·전북·경남·제주)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182조586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4%(7조768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가계대출 잔액은 5.9%(37조1650억 원) 증가했다. 증가율로 보면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약 1.3배 높았다.
기간을 늘려봐도 가계대출 증가율은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낮았다. 비수도권에서 지방은행 지점 121곳이 사라진 5년간 6개 지역의 가계대출 잔액은 144조4980억 원에서 182조1670억 원으로 2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지역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은 29.9%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중소기업대출 공급도 더뎌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4조239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7%(35조9510억 원) 확대됐다. 같은 기간 6개 지역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3.7%(9조4420억 원) 증가에 그쳤다. 수도권 점포에서 취급된 중소기업대출의 증가율이 비수도권 점포에서 취급된 대출보다 1.6배가량 높았다.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최근 5년을 살피면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수도권에서 54.5% 증가하는 동안 비수도권에서는 37.1% 증가했다.
금융당국도 지역금융 공급 확대 필요성을 인지하고 올해 비수도권 금융공급을 확대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는 지역별 금융공급 관련 경쟁현황 평가 및 관련 정책에 관한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를 맡은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금융 수요에 비해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금융공급 규모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예금취급기관의 지방에 대한 신용대출 취급을 보다 활성화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병윤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은 지역 중소기업에 은행 자금을 공급하며 수도권에 비해 소득도 낮은 지역 금융소비자들에게 질 높은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주 영업지역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본연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 때 지역경제 성장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