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2위’ 대저건설 법정관리 신청… “채무 부담·미수금에 발목”

▲대저건설이 경남 창원시에서 건설하던 현동 A2BL(창원현동 남양휴튼) 공공주택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인 경남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이 재무 건전성 악화로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했다. 최근 채무 부담이 가중되며 정상적인 경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된 중견 건설사가 많아지며 업계에는 ‘줄도산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저건설은 전일 부산회생법원에 법정관리 개시신청서를 제출했다.

대저건설은 경남 김해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사로,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평 103위에 이름을 올렸다. 1948년 설립 이후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건설과 주택, 도시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시공능력평가액 규모로 보면 두산에너빌리티 다음이다.

2023년 기준 매출은 3021억 원을 기록했으나 5억40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당기순손실은 97억 원으로 집계됐다. 법정관리의 주된 원인으로는 경남 창원시 현동 A2BL 공공주택(창원현동 남양휴튼) 건설사업과 미수금 증가가 꼽힌다.

대저건설은 이 현장에 공동시공으로 참여했으나 지난해 6월 중견 건설업체 남양건설이 법인회생을 신청하며 채무 인수를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남양건설이 공사를 포기한 이후 대저건설 또한 부채 압박이 커져 지난해 하반기 공사가 중단됐다”며 “해당 현장에는 새로운 시공사가 들어와 이달 공사가 재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사업과 경기 시흥 신천동 오피스텔 개발사업에서 받지 못한 공사비가 3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사업은 이달 6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시평 58위의 중견 건설사 신동아건설과 공동 시공을 맡은 곳으로, 신동아건설 또한 이 현장 미수금에 발목을 잡혔다.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회사가 제출한 보전처분 신청서와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 등을 검토하고, 신청 수리 시 재산보전 처분명령을 내린다. 이후 심사를 거쳐 법정관리 개시 여부가 결정된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 경영 전반을 맡게 되고 기업의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된다.

대저건설 관계자는 “PF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분양과 미수금 증가, 공동이행업체의 보증채무 현실화로 인해 모든 경영상 노력을 다했음에도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법원의 감독 아래 부채 구조를 조정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해 이해관계자 모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견 건설사의 연쇄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여파로 건설업계가 본격적인 침체에 진입한 2023년부터 대우산업개발(75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창기업(109위), 신일(113위) 등 다수의 중견 건설사가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건설사 차입금은 운전자금 부담으로 재차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공사미수금, 미청구공사를 포함한 매출채권의 급격한 증가는 중견 건설사의 영업현금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