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출 이자율 9%대 유지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지만, 주요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대출해주고 받는 이자율은 오히려 올랐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잔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높은 이자율이 투자자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 등 증권사 신용거래공여 이자율 평균(61~90일·온라인 계좌 기준) 9.6%에 달한다. 신용거래융자 이자는 고객의 보유 주식이나 현금 등을 담보로 잡고 일정 기간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를 뜻한다.
2021년 초 증권사의 신용공여 평균 이자율은 8% 초반이었다. 한국은행이 그해 8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상 스텝을 밟으면서 증권사들도 1%포인트(p) 넘게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3.50% 수준인 기준금리를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내린 후에도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시장금리가 내려도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금리 수준을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시장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여기에 증권사별로 신용프리미엄, 업무 원가, 목표이익률, 자본비용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전날 기준 CD 91일물 금리는 3.03%로 금리 인하 직전인 지난해 10월 초(3.52%) 대비 0.49%p 하락했다. 신용공여 금리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은 가산금리가 그만큼 올렸다는 방증이다.
반면 증권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익률(이자)은 금리 인하에 맞춰 내려가고 있다. 현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중 수익률이 기준금리 3.0%보다 높은 계좌는 '미래에셋증권 CMA-RP 네이버통장(3.05%)' 뿐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다수 증권사의 CMA 계좌가 3.50% 수익률을 보장하던 것과 비교하면 0.5%p 이상 낮아졌다.
최근 빚투가 증가하면서 높은 이자율이 투자자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일 기준 16조5769억 원으로 이달 초(15조6823억 원)에서 1조 원 가까이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책정할 때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조달비용, 리스크를 반영해야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와 속도를 무조건 맞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