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상호주 의결권 제한, 탈법적 순환출자 원상복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막힌 것을 두고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MBK에 '대타협'을 제안했으나 MBK·영풍 측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주총 표 대결에서 법정 다툼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이사회에 MBK 측 인사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시사하며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K 관계자는 "대화를 하고 싶으면 불법적인 임시 주총과 탈법적인 순환출자 원상 복구가 먼저"라며 "그렇지 않으면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고려아연 경영진 기자회견에 앞서 전날 오전에는 MBK·영풍이 화상 간담회를 갖고 최 회장과 박 대표를 비롯해 관련 인물들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3일 임시 주총에 대해서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을 검토 중이다.
법정 다툼으로 간다면 쟁점은 두 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유효한지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A회사 또는 모회사·자회사가 B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B회사는 A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없다.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 하루 전날인 22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를 통해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주식 10.33%를 취득해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상호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SMC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지만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상법 제342조의2 제3항 규정에 따라 자회사로 분류된다. 즉 SMC가 영풍 주식을 일정 이상 보유하게 되면서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다.
MBK·영풍 측은 SMC가 외국 법인인 데다 유한회사라는 점을 들어 상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마저 조항 해석을 달리하는 만큼 법원의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쟁점은 고려아연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다. 해외 계열사로 순환출자를 만든 건 위법이 아니지만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만든 탈법적 순환출자는 문제라는 게 MBK·영풍의 입장이다.
3월 정기 주총 전까지 가처분이나 소송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만큼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날 열린 임시 주총에서는 고려아연 지분 25.4%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이 무력화하면서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46.7%에서 15%대로 줄어들었고, 핵심 안건이었던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19인 상한 등이 70% 이상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이사 선임에서도 최 회장 측 후보 7명이 모두 이사회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