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추려 '꼼수'…도덕적 해이가 문제

브랜드 짝퉁 제품 유통에 패딩 충전재 거짓 표기 논란까지 불거지며 패션업계가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 상품 품질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불거진 패딩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등 논란에 칼을 빼든 것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12월 사건 발생 이후 무신사스토어와 29CM에서 유통되는 덕 다운(오리털)과 캐시미어 상품에 대해 모든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시험성적서를 요청해 자체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 상품 혼용률 표기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 기만 행위’로 판단해 입점 브랜드 상품 판매 중단, 환불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 특정 상품에 대해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더라도, 주기적 블라인드 테스트로 증명서류의 진위 여부를 밝힌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달 12일까지 무신사는 다운과 캐시미어 등 7968개 상품에 소재 성분과 혼용률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와 시험 성적서를 요청해 약 87%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조사 결과 42개 브랜드, 165개 상품에서 다운 또는 캐시미어 혼용률 표기 부적합과 오기재에 해당하는 안전 거래 정책 위반 행위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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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 브랜드에 대해선 상품 수에 따라 최소 5일에서 최대 35일까지 전체 상품 ‘판매 중지’ 조처를 내렸다. 또 무신사나 29CM(이십구센티미터)에서 문제가 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 중이다. 무신사는 앞서 라퍼지스토어·오로 등 2개 입점 브랜드를 퇴점시켰다. 퇴점 조치한 2개 브랜드를 포함한 총 8개 브랜드에 대해 ‘안전 거래 정책 위반’에 따른 제재 조치를 내렸다.
그동안 패션 플랫폼은 입점한 브랜드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역할에 불과해, 전수조사가 어렵다는 점에서 짝퉁·불량 제품 유통 위험이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구조적 문제로, 플랫폼에서 유통하는 수많은 물량 대비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현실적으로 상시 전수 검사가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무신사는 상품의 품질에 대한 증빙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며 자체 검증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입점 기준을 높이고 심사 절차를 추가하며 기존 입점 브랜드에 대해서도 상품 등록 절차를 강화한다”며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의무와 책임에 한계를 두지 않고 고객과 브랜드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는 현재 의류 제품 제조 시 검증 시스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의류 제품 검증은 △원자재 확인 △생산 과정 확인 △판매 전 샘플링 검사 △출시 후 블라인드 테스트 등 크게 4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덕 다운 등 원자재의 경우, 구매 시 품질보증서를 요구한다. 생산 과정에서는 원자재 품질보증서 및 시험성적서 등을 다시 확인한다. 브랜드사와 제조사의 일종의 크로스체크다. 생산 후에는 판매에 들어가기 전 샘플링 검사를 한다. 일정 비율의 수량 샘플로 전체 품질 검사를 하는 것이다. 민감한 제품의 경우 출시 후에도 유통되는 상품을 무작위로 사들여 한 번 더 검증한다. 한 의류제조업 종사자는 “기업 수준의 패션사라면 모두 필수적으로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인디 브랜드에서 검증 절차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는 있다. 한 대형 패션기업 관계자는 “검증 절차에 대해 프로세스가 확립된 패션기업과 달리 신생 인디 브랜드는 검증 과정에 대해 공부가 부족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품질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브랜드도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브랜드·제조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더 크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패션 브랜드 ‘라퍼지스토어’가 대표적이다. 라퍼지스토어는 무신사에서 ‘덕다운 아르틱 후드패딩’을 판매하며 충전재로 오리솜털을 80% 사용했다고 기재했지만, 실제 사용률은 5% 미만으로 확인됐다. 무신사가 해당 제품 시험 성적용 샘플을 요구하자, 실제 고객에게 판매한 것과 다른 제품을 제출하기도 했다. 무신사는 라퍼지스토어 운영사 대표를 사기죄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은 어느 정도 확립이 됐는데, 일부 양심의 문제”라며 “가격 경쟁력을 위해 꼼수를 쓰는 경우 작정하고 속이는 거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걸러내기 쉽지 않다. 전반적인 인식 자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