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당시 받았다는, 이른바 '계엄 쪽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당 쪽지에 대한 입장을 바꾼 점과 법원 및 헌법재판소 모두 쪽지의 실체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엄 쪽지가 이번 탄핵심판 결과를 좌우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최 권한대행에게 건넨 사실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있다. 최 대행이 늦게 와서 직접 만나지 못해 실무자를 통해 줬다"고 답했다.
쪽지를 작성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발령되면 예상치 못한 예산 소요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 예비비 확보를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면서 "국회 보조금·지원금 차단은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지원금을 차단하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쪽지에 대해 18일 서울서부지법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자신이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가 사흘 뒤 21일 헌재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선 "준 적도 없고, 한참 뒤에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말을 바꿨다.
국무위원들의 주장은 다르다. 앞서 최 대행은 지난달 13일 "대통령이 들어가시면서 제 이름을 부르시며 저를 보시고 이것 참고하라고 하니, 옆에 누군가가 저한테 자료 하나를 줬다"고 전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22일 국정조사특위에 출석해 본인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쪽지를 받은 게 맞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맞다"고 답했다. '비밀스럽게 불러서가 아닌 4명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준게 맞냐'는 질문에도 "사실이다"라고 했다.
최 부총리가 받은 쪽지는 계엄정국 아래 행동 지침이 담겨 있다. 보조금·지원금 등 국회 관련 자금을 차단하는 지시와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예비비 확보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이번 계엄이 국회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인 셈이다. 서울서부지법 구속영장 실질심사와 헌재 탄핵심판에서 해당 질문이 이어졌다는 건 쪽지의 실체가 탄핵심판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기능을 마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중대한 위헌 행위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한편 검찰은 25일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을 법원에 다시 신청했다. 앞서 법원이 검찰의 연장 신청에 대해 불허 결정을 한 지 약 4시간 만이다. 검찰이 연장을 요청한 기간은 앞선 신청과 같은 다음 달 6일까지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은 공수처 불법 수사로 구속돼 강제 수사를 받고 있는데 검찰이 강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피의자 인권을 위법하게 제한하는 것일 뿐 아니라 수사권 조정에 대한 법 정신마저 몰각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