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ㆍ단청ㆍ한글 등 다양한 디자인 눈길
영하 13도의 매서운 한파가 찾아온 6일 11시,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HDC아이파크몰(아이파크몰) 리빙파크 3층에 마련된 '키보드 페스티벌' 행사장.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덧입은 커스텀 키캡 키보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평일 오전임에도 '키보드는 검정 또는 흰색'이라는 편견을 깬 형형색색의 키보드를 보러 온 이들이 제법 많았다.
키보드 페스티벌은 아이파크몰이 3306㎡(약 1000여 평) 공간을 키보드로 꽉 채운 초대형 이색 팝업스토어다. 이날부터 9일까지 나흘간 20여 개 키보드 전문 브랜드가 커스텀·한정판 모델 100여 종을 선보인다. 아이파크몰 콘텐츠 전담 개발팀이 약 1년이나 준비하며 공들였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커스텀 키보드 팝업스토어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전예약을 약 9000명이 신청했고 현장방문 예상 고객도 2000명으로, 나흘간 1만 명이 넘게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 트렌드가 절정인 가운데 ‘키꾸(키보드 꾸미기)’는 키보드 키에 독립적인 스위치가 달려 있는 기계식 키보드를 꾸미는 것을 말한다. 키 하나하나에 원하는 디자인의 키캡을 끼워 쓸 수 있어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키보드를 만들 수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키꾸 시장이 성장, 국내 기계식 키보드 시장 규모는 2014년 468억 원 수준에서 2023년 1000억 원을 돌파하며 급성장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키보드업체 시이닷(C.E.dot) 부스에 들어서니 롯데웰푸드의 막대과자 '빼빼로' 협업 제품부터 한국 전통 궁궐에서 영감을 받은 '단청 키보드'까지 감각적인 디자인이 가득했다. 유리로 만든 마우스 패드도 시선을 끌었다.
한 부스에서 키캡을 구매한 20대 강병훈 씨는 “친구가 커스텀 키보드를 만들어 게임 하는 것을 보고 관심이 생겨 찾아왔다”며 “생각보다 디자인이 다양해 놀랐고, 수많은 제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피카츄’ 등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캐릭터 모양이나 한글을 주제로 한 키캡도 전시돼 있었다. 한글 키캡의 경우 백스페이스(Back space)는 ‘뒤로 가기’, 시프트(Shift)는 ‘띄우기’ 등 모든 자판이 우리말이었다. 이밖에 고양이 테마 키캡이나 투명 키캡을 통해 화려한 불빛이 나오는 제품 등 톡톡 튀는 것들도 많았다. 이번 행사에는 △키네틱스 △베스트와이 △펀키스 △스웨그키 △앱코 등 다수의 키보드 업체들이 참여했다. 키캡 전문 기업 샌던아트, 나르하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김기훈 아이파크몰 콘텐츠개발팀 바이어는 “커스텀 키보드는 국내에선 마니아층이 조용히 형성된 시장으로, 디깅(Digging: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것) 콘텐츠 확장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부담스럽지 않고 정제된 ‘덕후스러움’을 경험할 수 있는 행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