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 12일 오전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위에 우산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13150313_2136423_1200_800.jpg)
대전 초등학교에서 초등생을 살해한 40대 교사 A 씨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의 우울증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A 씨의 우울증 문제로만 보긴 어렵다며, 우울증 환자에 대한 낙인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13일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우울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상 동기 범죄 혹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경찰에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 범행 당시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으며 “누구든 돌봄교실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와 같이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백 교수는 “일명 ‘묻지마 범죄자’에게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믿음, 망상을 A 씨가 갖고 있었을 수 있다”며 “정확한 의학적 평가와 프로파일링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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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 씨의 진단서에 정말로 우울증이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며 “지금 정보만 갖고는 우울증이 문제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자꾸 질환을 부각시키면 오히려 현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치료를 안 받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질환이 없는 사람과 비교할 때 중범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며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촉발된 사건이 아닌 피의자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당 사건의 가해자가 우울증이었는지, 우울증이 사건의 원인이 됐는지 등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우울증이 있는 교사들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 지역 맘카페의 한 학부모는 “전체 교사 중 우울증 진단 받은 사람은 다 일을 못하게 해야 한다”며 자녀를 맡기기 불안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사가 우울증 병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교사를 ‘문제 교사’로 낙인 찍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대신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교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업무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우울증이 생긴 교사들은 직무를 수행하다가 질병을 얻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치료를 해주고 유급 휴직도 주고, 업무를 줄여주는 등 과정을 통해 교사들이 업무에 정상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이 있는 교사들에 대해 처벌이 목적인 것처럼 해버리면 그 교사들도 다 숨어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설명할 때도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교사를 믿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교육시켜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라는 공간도 위험할 수 있다거나 선생님을 믿으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아이들에게 걱정과 불안감만 심어줄 수 있다”며 “학교가 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학교도 정책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주는 게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