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초저가 PB 불티나게 팔려…SPA 패션 브랜드 인기 치솟아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국내 유통업체들의 한숨이 깊지만, 그 중에서도 매출 성장을 거듭한 곳은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초저가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지갑을 속속 열고 있는 것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가성비 소비 트렌드에 가장 주목받는 유통채널로 꼽힌다. 다이소는 모든 상품을 6가지 가격(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으로 판매해 소비자의 가격 저항 심리를 낮췄다.
고물가가 심화할 수록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계속 늘자, 다이소는 최근 취급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대형 매장을 내는 한편 온라인몰까지 활성화는 전략을 통해 매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매출만 봐도 △2021년 2조6048억 원 △2022년 2조9458억 원 △2023년 3조4605억 원 등으로 오름세다. 유통업계는 다이소의 연매출이 2024년 4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을 보면 △2022년 50% △2023년 85% △2024년 144% 등으로 다이소의 ‘매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이소 화장품은 2023년 26개 브랜드, 250여 종 상품에 그쳤으나 2024년 60여 개 브랜드, 500여 종 상품까지 늘며 2배 이상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소 브랜드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뷰티 대기업들도 자존심을 구기고 다이소에 몸을 실었다.
다이소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서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저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화장품만 해도 고가 제품이 꼭 자신의 피부에 맞는 것이 아니고, 저렴하다고 해서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상품이 아니다란 인식이 커지면서 다이소 입점 화장품 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도 자체 브랜드(PB)를 통해 짭짤한 재미를 누리고 있다. CU의 초저가 자체 브랜드(PB) ‘득템 시리즈’는 1월 누적 판매량 5000만 개를 돌파했다. 2021년 론칭한 득템 시리즈는 라면, 달걀, 즉석밥, 티슈 등 편의점 판매가 많은 상품 위주로 구성해 일반 제조업자 브랜드(NB)보다 절반가량 저렴하게 선보있다. 작년에만 3000만 개 넘게 팔렸는데, 누적 1000만 개 돌파에 2년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고물가 심리에 힘입어 6배 이상 판매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GS25가 지난해 1월 물가안정 상품으로 내세운 PB ‘리얼프라이스’도 론칭 1년여 만에 5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리얼프라이스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우수 중기 제조사와 협업해 NB 상품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론칭 초기 6종에 불과했던 리얼프라이스 상품은 소비자 호응이 커지면서 달걀, 우유, 라면, 김, 쌀, 두부, 콩나물 등 50여 종까지 확대됐다.
의류의 경우 제조유통일괄 브랜드(SPA)가 최대 전성기다. ‘유니클로’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의 2024년 회계연도(2023년 9월 1일~2024년 8월 31일) 매출은 1조6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지난해 9000억 원 후반대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7% 이상 성장해 ‘1조 클럽’이 눈앞이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는 작년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2년 만에 2000억 원이나 매출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