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삼성물산, 美 BESS 위한 합작법인 설립
'라이벌' HD현대-한화오션, '함정 수출' 원팀 구성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공급망 리스크 등 올해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연대와 협력의 ‘동맹’ 전략으로 위기 타개에 나섰다. 라이벌 기업이 생존을 위해 과감히 경계를 허물고 손을 잡거나 앙숙이었던 기업과도 동침하는 사례가 늘었다. 산업계 ‘신(新) 동맹’ 트랜드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으로 해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5세대(G) 특화망 레드캡’ 기술 실증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업계 최초로 기술 검증을 마친 양 사는 5G 이동통신 특화망 기반 스마트 제조 솔루션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또 다음 달 3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자 박람회 ‘MWC 바르셀로나’에서 해당 기술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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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특화망 레드캡 기술은 5G 수준의 통신속도와 데이터 처리 용량, 안정적인 연결성과 저지연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도입해 차량 검사 장비, 소형 무선 공구, 카메라, 태블릿PC 등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장비까지 끊김 없는 고속 무선통신으로 제어가 가능해진다. 향후 현대차 제조 공장에 적극 도입될 전망이다.

삼성과 현대차의 동맹은 2020년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배터리 회동’ 이후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협력 영역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24일 삼성SDI와 로봇 전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는 업무협약(MOU)도 발표했다. 양사가 로봇에 최적화한 배터리를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서비스 로봇에 탑재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처럼 글로벌 최고의 전자·부품 업체인 삼성과 완성차 톱플레이어인 현대차의 잇따른 동맹에 재계도 주목한다. 미래를 대비한 두 회장의 협력 전선으로 인한 시너지와 파급효과 때문이다.

생존형 동맹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LS일렉트릭은 최근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미국 현지 에너지저장장치(BESS)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LS일렉트릭은 최근 자사 북미 투자법인 LSE인베스트먼트 출자를 통해 삼성물산(상사)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미국법인이 개발 중인 500메가와트(㎿) 규모 BESS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합작회사 ‘에너크레스트’를 설립했다. 500㎿는 미국 10만 가구가 연간 사용 가능한 발전 용량이다.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국내 방산산업 경쟁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특히 두 기업은 약 8조 원 규모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놓고 소송전까지 벌일 만큼 갈등을 빚었지만 전격적으로 화해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1500조 원(1조75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미국 군함 관련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전략적 동맹으로 풀이된다.
과거와 달리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은 명분을 따지는 오너 1~2세대에서 실리를 따지는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선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로 경쟁 무대가 바뀌면서 젊은 총수들이 실익을 위해 경쟁사와도 기꺼이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라도 과감히 협력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며 “이같은 추세가 갈수록 재계 전반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