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B(24) 씨는 목돈을 마련할 여유가 없다. 연봉 3000만 원으로는 매달 월세와 대출금 이자 갚기도 빠듯하다. 지난해 연 9%대 금리 효과를 볼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뒤 월 10만 원씩 넣고 있지만, 그조차 버거워 4개월 만에 해지했다.
정부가 청년층(19~34세)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청년도약계좌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는 적립 방식으로 운용되는 만큼 신용점수 상승으로 인한 일반 대출 한도 상승, 금리 우대와 같은 부가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높은 이자율, 비과세 혜택, 정부 지원금 등에 따른 연 9.54%(총급여 2400만 원 이하 기준) 금리 효과에 더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5년 만기 때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 지원금도 차등 차등 지급되는 구조다. 소득이 낮을수록 지원금이 많고 적용 금리가 높다. 저소득 청년들에 더 많은 혜택을 주려는 정책 취지다.
관련 뉴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가 크다. 저소득자들은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낮아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많은 금액을 저축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큰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소득이 7500만 원 이하,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250% 이하일 경우 가입할 수 있다. 최소 1000원부터 최대 70만 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직장인 C(31) 씨는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됐을 때 매달 70만 원씩 돈을 넣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수입이 일정하지 않자 납입을 건너뛰는 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많이 넣을 수 있는 중산층 청년에게 더 유리한 제도라 푼돈을 모아봐야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장 돈을 낼 수 없는 저소득 청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저소득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가 자산 형성에 도움을 주는 첫걸음이라면 만기를 단축하거나 지원금 차등을 확대하는 등 어려운 청년들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교육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무 계획을 세우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며 “금융교육이 함께 이뤄진다면 청년들이 단순히 계좌에 돈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으로 자산을 불려 나갈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