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익스포저 점검…대출 심사 보수적 운영
외담대 상환청구권 행사 부담…문턱 높아질 것

사모펀드발 ‘홈플러스 사태’ 후폭풍이 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은행권도 긴장하고 있다. 신용 리스크가 다른 업종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해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점검에 나서는 등 보수적인 기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갑작스러운 기업회생 신청이 시장 전반의 신용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 직전 신용등급이었던 A3 등급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유통뿐만 아니라 건설업 등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왔다”면서 “올해 전망과 신용등급 변화를 반영해 더 보수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화학·배터리 산업이 위험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감소한 가운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과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는 곳들이 주요 위험 대상으로 꼽힌다. 건설업계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 경기 침체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유동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신동아건설에 이어 대저건설, 삼부토건 등이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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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역량을 재점검하고 대출 구조를 더욱 신중하게 운영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거액 익스포저를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상시 관련 업계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이상 징후 발생 시 대응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미국 정부정책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저위험가중치 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고위험가중치 자산을 적극 관리하는 등 위험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CET1비율 방어에 다각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홈플러스의 금융권 익스포저 규모는 1조4000억 원이다. 이 중 은행권은 △KB국민은행 547억 원 △신한은행이 290억 원 △우리은행이 270억 원 수준이다. 다만, 은행들은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이 4조7000억 원에 이르고 대출 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손실 위험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납품업체들이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규모는 약 300억 원에 달한다.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 등이 협력업체에 외담대를 내줬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외담대는 납품업체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어 은행들이 소구권(상환청구권)을 행사를 하기 어렵다”면서 “티몬·위메프 사태에 이어 유통업계에서 유사한 사황이 반복되면서 앞으로 외담대 심사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홈플러스 측은 일반 상거래채무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3월 영업활동을 통해 약 300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라면서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의 대금 지급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